• 북한동향
  • 국내외 매체동향

주요뉴스 주요뉴스

컨텐츠 영역

[우리는 10년 차이] 북한 MZ가 아이를 안 낳는 이유

  • 보도일2024.01.01.
  • 구분주요언론사
  • 매체자유아시아방송(한글)

“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안녕하세요. 오늘은 방송 시작부터 해연 씨에게 따질 게 있는데요. 이제 해연 씨 나이도 서른을 코앞에 두고 있잖아요. 그 나이면 뭘 해야 하는지 대답해 보실래요? 이해연 : 뭘 해야 할까요? (웃음) 결혼 얘기하는 건가요? 박소연 : 눈치가 빠르시군요. 해연 씨는 지금 결혼 적령기로 고민이 많을 텐데... 설마 결혼 안 할 건 아니죠? 이해연 : 그건 아닌데, 막상 한다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북한 같은 경우에는 20대 중반이면 거의 결혼해요. 여자 나이 20대 후반만 돼도 결혼할 나이가 지났다고 하거든요. 근데 남한은 20대 후반이면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결혼하더라도 대부분 30대 초반이나 중반에 하므로 저는 아직은 괜찮습니다. (웃음) 박소연 : 해연 씨가 30대 중반이었으면 오늘 저한테 혼났을 겁니다. (웃음) 다행히 결혼 적령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제가 오늘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남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이 너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해연 : 뉴스를 보면 계속 저출산 문제를 보도하잖아요. 현재 남한 인구가 5천만 명인데, 이 추세대로라면 2060년에는 인구가 3,5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답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긴 한 것 같아요. 지금 인구보다 거의 30%가 줄어드는 셈이잖아요. 박소연 : 그러게요.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2060년이면 제가 살아있을 거잖아요! 해연 씨, 나를 위해서라도 빨리 아이를 낳으세요! 이해연 : 갑자기요? (웃음) 지나치게 걱정하시는 거 아닙니까? 박소연 : 3,500만 명이면 나라가 유지를 못 한다잖아요. 사실 남한은 2018년부터 이미 출산율이 기울기 시작했어요. 그때 당시에는 출산율이 한 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0.77명이래요. 여기서 말하는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그러니까 임신을 할 수 있는 15세에서 49세까지 여성이 일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숫자를 말하는데 이게 한 명도 안 된다는 말이잖아요. 이해연 : 통계로는 결혼하는 사람은 많은데 아이를 낳는 분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연애조차도 안 하겠다는 친구들도 있어서 통계가 현실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박소연 : 해연 씨 주변의 젊은 친구들은 왜 연애를 안 한다고 해요? 이해연 : 연애만 하면 되는데, 연애하다가 결혼으로 이어지면 두렵다는 거예요. 물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결혼은 할 수 있어요. 문제는 결혼 후 아이를 낳아 키우려면 일단 집을 장만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월세를 살아도 되긴 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아이들도 유명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에서 사느냐, 집이 몇 평인가를 신경쓰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서로 맞벌이를 해요. 맞벌이를 유지하면 잘 살아갈 수 있지만 아이가 생기면 한 명은 육아 때문에 일을 멈춰야 하고, 그렇게 되면 가정의 소득이 줄어들잖아요. 박소연 : 예전에 제가 결혼할 때만 해도 '아이는 태어날 때 자기 먹을 걸 손에 쥐고 나온다'란 말을 어르신들이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기를 낳고 바로 배신감을 느꼈죠. 자기가 쥐고 나오는 게 아니라, 제가 벌어먹여야 되더라고요. (웃음) 그런데도 사실…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오면 커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해연 씨의 말에도 공감합니다. 성인이 제 아들도 임대 아파트 사는 걸 숨기고 싶어하니까요. 이해연 :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살아가고 이런 분위기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저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결혼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로,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지위가 높아지게 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여자들이 할 일이 적었지만, 요즘은 여자들이 공부해서 쉽게 직업을 잡을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굳이 결혼이라는 걸 통해 자신을 얽매이면서 살고 싶지 않고, 더구나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아이를 낳으면 그로 인해 자신의 자유로운 삶과 직업에서의 경력이 제약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박소연 :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결혼 적령기를 놓치면 노처녀라고 부르는 호칭 자체가 듣기 거북했는데 남한은 커리어 우먼, 골든 미스 등 세련되게 부르잖아요. 그리고 여성들이 나이가 좀 있어도 직장 내에서 팀장이나 과장으로 승진도 하고 거기에 명찰을 목에 걸고 다니면 사실 멋있고요.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주부로 느끼는 매력보다는 직장에서 자아를 실현하는 데서 오는 희열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분들도 있고, 설사 결혼해서도 부부가 토론해서 경제적으로 좀 나아지면 몇 년 후에 아이를 낳자고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요. 애는 생기면 낳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계획하고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남한에 와서 알고 깜짝 놀랐어요. 이해연 : 저도 놀랐습니다. 남한은 결혼 후 몇 년 뒤에 아이를 낳자는 계획을 세우더라고요. 북한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잖아요. 결혼하면 바로 애 낳는 게 규칙인데 남한에서는 결혼하고 애 낳는 것도 다 계획에 따라 실천하고 있어요. 아마도 내 집 마련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요. 박소연 : 그런 면도 있죠. 자녀를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다는 건 부모들의 바람이기도 하잖아요. 보통 남한에서 내 집 마련했다면 주변 사람들이 축하해 주잖아요. 그러면 집주인은 '그런 말 하지 마. 베란다하고 부엌은 은행 거야' 이런 식의 우스갯소리를 해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대출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대출을 받아서 집 마련을 하지, 집값을 모두 현금으로 주면서 '입사증 주시오' 하며 사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만큼 남한에서 내 집 마련이 일생 노력해도 넘기 힘든 높은 문턱인데, 북한은 집 가격이 그 정도로 높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최근에 북한도 저출산 때문에 난리라고 합니다. 이해연 : 저도 깜짝 놀랐어요. 뉴스를 봤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나와 저출산 관련해서 울기까지 하면서 연설하더라고요. 박소연 : 그런데 김 위원장은 우는 게 뭐 취미인가요? 이해연 : 그러니까요. 그게 그렇게까지 울면서 호소할 일인지 모르겠지만요. 그만큼 북한에서도 저출산 문제가 많이 심각하다는 거겠죠. 박소연 : 호소할 만도 하죠. 북한 출산율이 현재 1.79명이에요. 여성 한 명이 두 명을 안 낳아요. 물론 현재 남한에 비하면 높지만요... 우리 어머니는 자녀를 5명 출산했어요. 그러다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자녀들이 출가해서 두 명 정도를 낳았죠. 제가 큰아이를 1990년 말에 낳았는데, 첫 아이를 낳았을 때는 축복을 받았어요. 그런데 두 번째 아이를 낳으니까 친정아버지가 안아주지 않더라고요. 왜 낳았냐면서… 우리 딸이 고생하는 걸 눈 뜨고 못 보겠다는 거죠. 제 경우를 보면 북한 출산율이 바로 보이잖아요. 이해연 : 저희도 비슷해요. 제가 남한에 오기 전까지는 아예 안 낳는 집은 없었지만, 그래도 결혼하면 한 명 정도는 낳는 추세였거든요. 박소연 : 코로나 이후에는 더 바뀌었을 수 있어요.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서는 임신 조절 수단으로 고리를 이용했어요. 그래서 친정엄마들이 시집가는 딸에게 생활이 좀 펴면 아이를 낳으라고 고리를 해줬죠. 그 상황이 지금까지도 유지되다 보니 북한도 저출산일 수밖에 없는 거죠. 이해연 : 그런데 따지고 보면 북한과 남한을 비교했을 때 경제적으로 북한이 더 어렵잖아요. 북한 같은 경우에는 당장 오늘, 내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 그래도 한 명 정도의 아이를 낳죠. 북한 당국은 국제기구에 북한 인구가 2,500만 명이라고 공개하고 있어요.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저출산으로 북한 인구가 2,500만 명이 안 된다는 얘기는 많습니다. 저출산은 북한 내부에서 젊은 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구체적으로는 군 병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게 바로 북한 당국의 우려일 것이고요. 남한 같은 경우에는 경제 문제 즉 시장의 규모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저출산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 그렇죠. 젊은 세대는 나라를 떠받드는 기둥이잖아요. 남한에서 젊은 층이 줄어들면 주 소비층이 줄어들게 돼서 그만큼 국가 내부 경제 즉 내수 경제에 차질이 생기는 거죠. 이에 따라 국가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북한은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군대와 노동력을 걱정하죠. 북한은 나라를 지키는 군 병력이 100만 명이나 된다고 자랑하지만, 실제 통계로 보면 60~70만도 안 된다고 해요. 저는 이 말에 공감해요. 왜냐면 저희 엄마 세대가 5명을 낳았을 때 인구가 2,500만 명이었는데 지금은 한 명에서 두 명을 낳는데도 계속 2,500만 명일 수가 없을 거잖아요. 북한은 해마다 남자들 군대 모집 때 표준 키를 계속 줄여요. 예전에는 남자 키가 160cm가 넘어야 군대에 갔는데, 지금은 148cm까지 낮아졌어요. 자동 소총 길이보다 크면 군대 간다는 얘깁니다. 무기를 끌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만큼 인구수가 줄기 때문에 국방에 배치할 수 있는 병력도 줄고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올 수밖에 없는 거죠. 이해연 : 맞아요. 최근에는 아주 작은 친구들도 다 가더라고요. 저는 사실 입대 기준 키가 왜 줄었나 몰랐는데 이번에 그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박소연 : 제가 북한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아이를 키웠잖아요. 그때 제 주변의 또래들을 보면 자녀를 1~2 명을 낳았어요. 그렇게 자녀 수가 적다 보니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키우는 분위기였어요. 유치원에 갈 때도 옷을 중국산으로 입었나, 일본산을 입었나, 남조선 옷을 입었나 그게 정말 중요해요. 그만큼 북한도 서로 경쟁의식이 강해지고 능력이 모자라 다른 아이들처럼 키우지 못할 바에는 낳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커졌죠… 여러분들은 이 방송을 들으면서 ‘아니 먹고 사는 문제가 걱정 없는데 왜 출산하지 않을까?’ 궁금하실 겁니다. 그런데 남한 정착 11년 차가 되면서 제가 느낀 것은 밥만 먹고 사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지금보다 더 잘살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저출산은 남한과 북한만의 고민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바로 옆 동네죠,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도 최근 저출산이 큰 문제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저출산과 관련해 중국 여성들에게 어마어마하고 단호한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혹시 아이를 출산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무서운 지시문일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 갈게요.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에디터:이현주, 웹팀: 이경하

[우리는 10년 차이] 북한 MZ가 아이를 안 낳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