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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국립외교원, 서울외교포럼(Seoul Diplomacy Forum) 2025 개최 결과
외교부 국립외교원은 11월 18일(화) 국립외교원 1층 대강당에서 ‘한국 신(新)정부의 외교 패러다임: 실용, 평화, 그리고 번영(Foreign Policy Paradigm of the Republic of Korea’s New Administration: Pragmatism, Peace, and Prosperity)’이라는 주제로 「서울외교포럼(Seoul Diplomacy Forum) 2025」를 개최하였다.
※ 일시 및 장소: 2025.11.18.(화) 08:20-17:00, 국립외교원 1층 대강당
※ 국립외교원은 2010년부터 매년 개최한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문제회의(IFANS Conference on Global Affairs)」를 2023년부터 「서울외교포럼(Seoul Diplomacy Forum)」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개최중.
최형찬 국립외교원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자국 우선주의 경향이 뚜렷해지는 국제정세하에서 올해 출범한 한국 신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 전략의 사명과 과제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아울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 및 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하는 미·중·일·ASEAN 및 여타 유사입장국들과의 양자·다자간 협력을 강조하며, 오늘 포럼이 그러한 협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하였다.
해외 출장 중인 조현 장관은 윤종권 국제사이버협력대사 겸 외교전략정보본부장 직무대리가 대독한 기조연설에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탈-탈냉전(Post-post Cold War) 시대의 관점에 알맞은 정책 도구의 정비가 필요함을 설명하고, 한국 신정부의 국익중심 실용외교는 한국이 글로벌 책임성을 다하는 역할을 포함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동시에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단계적 접근에 있어 중국과 일본의 역할과 지지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번 경주에서 열린 APEC이 미-중 정상회담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었고, APEC을 계기로 한국이 AI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 협력과 거버넌스 수립의 역할을 계속 확장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문희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한국의 실용외교” 제하의 제1세션에서는 최근 국제질서 향방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한국과 주요 주변국 간 협력에 대한 기대와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는 ▲미-일 동맹 강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지역 전략 ▲글로벌 사우스와의 파트너십 구축을 강조하는 일본의 외교 정책이 한국의 정책과 일맥상통한다며 양국이 주요한 전략적 협력국임을 강조하였다. 성공적인 한-일 셔틀외교의 지속을 기대하며, 한-미-일 및 한-중-일 협력의 진전을 통해 양국 외교관계 심화를 기대한다고 언급하였다.
- 다이 빙 주한중국대사는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 ▲경제 개발의 안보화 ▲급격한 기술개발 속도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현재 국제 질서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였다. APEC 계기 성공적인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통해 향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양국 협력의 진전을 기대하며,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의 협력 기회 모색을 통해 전 세계 경제적 번영에 기여하고자 함을 언급하였다.
- 웡 카이 쥔 주한싱가포르대사는 개방되고 포용적이며 안정적인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 재건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한-ASEAN 관계에서 제시된 CSP(Contributor-Springboard-Partner) 비전을 통해 역내 평화와 경제 발전을 위한 협력의 진전 또한 기대한다고 언급하였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AI, 에너지 전환, 디지털 경제 등의 포괄적인 분야에서 역내 협력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어떠한 강대국도 현재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향후 중견국을 포함한 복수국이 함께 견인하는 국제질서가 수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한국 신정부의 실용외교 기조를평가하면서 역내 안보 증진과 대북 정책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정책 조율을 한층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 전재성 서울대학교 교수는 국제질서의 구조적인 개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세계화의 흐름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아울러 앞으로 하나의 패권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가 아닌 집단적 리더십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질서가 수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였다. 우리 정부의 실용외교 기조는 글로벌 책임 국가로서의 역할과 단기적으로 충돌하는 부분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나 적절히 균형을 잡아가며 중견국 외교의 좋은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외교” 제하의 제2세션에서는 한반도 평화 구축에 대한 한국의 주변국들의 관점과 한국 정부가 제시한 E.N.D. 구상의 효과적인 실행방식 모색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 황지환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축 논의는 구조적인 분쟁의 요인들을 해소하고 보다 균형적이고 영구적인 양국 관계의 제도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였다. 다만, E.N.D.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단기 및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고 있기에 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평화(PYEONGWHA)’의 영문 알파벳을 딴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전략 요소들을 설명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평화(P), 진전을 위한 채찍(Y), 경제적 교류(E), 한-미 동맹 기반의 작전 준비태세(O), 남북 대화의 정상화(N), 지정학적 위험 관리(G), 인도주의적 지원(H), 전쟁 예방 및 긴장 완화(W), 책임성(A)을 강조하였다.
- 류 아밍 상해사회과학원 교수는 E.N.D. 구상이 비핵화를 위한 관계 정상화를 먼저 강조하고 남북 대화를 중심으로 신뢰 구축을 통한 정책 이행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전략과 차별성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서 ▲역내 다자 협력의 활성화, ▲강대국 경쟁과 긴장의 완화, ▲남북간 대화와 협의의 강조, ▲국제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라고 하였다.
- 미야모토 사토루 세이가쿠인대학교 교수는 E.N.D.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비핵화 목표와 단기적인 위험 완화 목표의 우선순위 조율이 중요하다고 설명하였다. 다만, 비핵화의 가능성에 대하여 낙관적인 기대만은 삼가고 북한의 책임 의식을 강화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 홍지영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은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경제 협력의 방안으로 ▲다자기구 활용 ▲3자 협력 ▲혼합 금융의 활용 등을 제시하였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남북 경제 협력 관계의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AI 대전환을 위한 경제안보외교” 제하의 제3세션에서는 경제적 번영과 미래 안보의 핵심이 될 인공지능(AI) 역량 강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국제협력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은 한국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출통제와 같은 폐쇄적인 정책이 아닌 자국 AI 모델과 서비스 활용을 독려하는 정책을 통해 산업 특화 데이터 기반의 기술 고도화를 강조하였다. 글로벌 표준 협력을 통한 AI 발전 선도 전략과 함께 한국의 AI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하였다.
- 심현정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AI 성장 촉진과 위험관리를 위한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였다. 기술의 선 확보 후 신뢰 구축의 방향으로 기술을 고도화하여 한국이 책임있는 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균형있는 전략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기술총괄/전무는 AI 기술은 고밀도로 압축된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경제의 창출을 통해 대전환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AI 경쟁에 대한 추격의 창이 선두그룹으로부터 항상 열려 있지 않다며, 중립적이지 않은 AI 기술로 인한 사회적 판단력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지 않고 관련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버린 AI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한국은 각 국가가 스스로의 소버린 AI 구축을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통해 외교적 협력을 주도할 수 있다고 하였다.
- 이왕휘 아주대학교 교수는 소버린 AI가 내포하는 주권 범위의 명확화를 통해 관련 개념의 정치적인 오·남용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특히 안보 분야에서의 AI 적용에는 상호운용성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AI 규범과 거버넌스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 백서인 한양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AI 전략 추진의 도전과제로 ▲AI 중견국 입지 확보의 현실적 어려움과 ▲해외 선도기업의 국내 유치와 국내 AI 기업 육성 정책의 병행 어려움을 설명하면서도, 성공을 위해 ▲글로벌 AI 이니셔티브와의 호환성 강화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 확장의 과제들을 강조하였다.
이번 회의는 우리 정부의 외교 구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급변하는 국제 상황에서 한국이 직면한 외교 과제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립외교원은 앞으로도 각종 학술회의를 포함하여 다양한 계기에 정부-국민 간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첨부: 서울외교포럼 2025 행사 사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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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울외교포럼(Seoul Diplomacy Forum) 2025 개최
외교부 국립외교원(외교안보연구소)은 11월 18일(화) 국립외교원 1층 대강당에서 ‘한국 新정부의 외교 패러다임: 실용, 평화, 그리고 번영(Foreign Policy Paradigm of ROK’s New Administration: Pragmatism, Peace, and Prosperity)’을 주제로 「서울외교포럼(Seoul Diplomacy Forum) 2025」를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2025년 새롭게 출범한 신정부의 외교 구상을 소개하고 급변하는 국제 상황에서 한국 외교가 직면한 과제와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개회사(최형찬 국립외교원장)와 기조연설, 그리고 3개의 패널토론 세션으로 구성된다.
제1세션은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한국의 실용외교’를 주제로 이문희 외교안보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다. ▲미즈시마 코이치(Mizushima Koichi) 주한일본대사, ▲다이 빙(Dai Bing) 주한중국대사, ▲웡 카이 쥔(Wong Kai Jiun) 주한싱가포르대사, ▲잭 쿠퍼(Zack Cooper)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 전재성 서울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한다.
제2세션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외교’를 주제로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가 사회를 맡는다. 패널로는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레이프 에릭 이슬리(Leif Eric Easley) 이화여대 교수, ▲류 아밍(Liu Aming) 중국 상해사회과학원 교수, ▲미야모토 사토루(Miyamoto Satoru) 일본 세이가쿠인대 교수, ▲홍지영 한국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참석하여 토론을 진행한다.
제3세션은 ‘AI 대전환을 위한 경제안보 외교’를 주제로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된다.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 ▲심현정 한국과학기술원 부교수,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기술총괄/전무, ▲이왕휘 아주대 교수, ▲백서인 한양대 조교수가 패널로 참석한다.
국립외교원은 연례 개최해오던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문제회의(IFANS Conference on Global Affairs)」를 2023년부터 「서울외교포럼(Seoul Diplomacy Forum)」이라는 명칭으로 변경하여 새롭게 출범시켰다. 국립외교원은 서울외교포럼을 통해 주요 국제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국민들과 전문가들에게 한국 외교정책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끝.
붙임 : 1. 서울외교포럼 2025 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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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북한 ‘전국 정보화 성과 전람회-2025’ 등에서 나타난 금융 정보화 동향과 함의 : 전자결제체계를 중심으로
북한은 전자결제를 비롯한 금융 정보화를 국가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폐막한 ‘전국 정보화 성과 전람회-2025’에서는 510여 개 기관이 1,700여 건의 성과를 전시했으며, 특히 ‘삼흥전자지갑’ 가입자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삼흥, 전성, 만물상 등 다양한 전자지갑이 북한의 식당, 상점, 교통수단 등에서 사용되고, 송금, 요금 납부, 충전도 가능하다. 평양 시내에는 ‘화원’ ATM기가 설치되는 등 금융 인프라도 확대되고 있다. 전자결제체계는 조선중앙은행과 평양정보기술국의 ‘전성’(2020)을 시작으로, ‘울림’, ‘강성’, ‘삼흥전자지갑’ 등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삼흥경제 정보기술사는 경제·상업·교통 등 전 분야의 통합관리 앱을 개발하며 북한 핀테크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전자결제 확산의 법적 기반은 2020년 ‘이동통신법’ 제정에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전자결제법’(2021)과 시행 규정(2022), 개정 전자결제법(2023)을 통해 기관과 주민의 의무 가입, 미이행 시 벌금 부과 등이 규정되었다. 이는 현금 유통 축소와 화폐 자원 통제를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정은의 ‘전면적 금융 정보화’ 방침에 따른 것으로, 금융의 투명성 및 편의성 제고는 물론 내부 자금 동원과 금융 통제 강화가 목적이다. 주민들은 전자결제카드를 통해 임금을 지급받고 소비를 하며, 정부는 이를 통해 유휴화폐를 은행권으로 흡수하고 화폐 흐름을 감시하고 있다. 양강도에서는 전자결제카드 발급과 금융교육이 의무화되었는데, 북한 당국은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직접 추진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 역시 지방경제의 정보화와 자금 조달을 위해 전자결제체계 확대를 요구한다.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전자결제체계 이용도 늘고 있어서 향후 북한 핀테크 산업 성장과 경제 디지털화 가속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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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근 북한의 보건·의료 강조 동향을 통해 본 민생정책 로드맵
최근 노동신문은 ‘평양종합병원’의 개원 사실을 알리고, 이를 “세계 일류급” 병원으로 소개하며 연일 대대적인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김정은은 일찍이 2025년을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평양뿐 아니라 지방의 시·군에도 ‘현대적인 보건시설’을 건설하고 전국적 차원에서 의료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질 개선을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할 것을 공포하였다. 현재 북한의 ‘보건혁명’ 사업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세부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공장건설’과 ‘살림집 건설’을 추진하고, 이후 보건시설, 복합문화센터, 양곡관리시설을 ‘3대 필수대상건설’로 선정하여 각 지역을 복합주거공간으로서 보강ㆍ발전시키는 것을 주요 로드맵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보건의료 부문 중러와의 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국제기구와의 협력 역시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내년 개최 예정인 ‘9차 당대회’ 및 새롭게 발표될 ‘5개년 계획’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은 ‘보건·의료 부문 강화’를 김정은의 ‘애민정책’의 일환으로서 차기 민생 중점 정책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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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중 정상회담 평가와 과제
2025년 11월 1일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6년 만의 양국 정상간 만남이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국면에서 한중관계를 재정립할 중요한 계기였으며, 양국은 양자관계의 전면적 정상화보다는 그 전 단계로서 위기 관리 체제의 복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회담은 양국 협력의 재가동을 대내외에 알리고, 전략적 소통 채널 정례화 등 양국 관계를 관리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공동 성명의 부재, 북한 비핵화 공조 미흡, 민감 현안 논의 부재 등 협력의 제도적 지속성과 전략적 신뢰 구축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향후 이번에 마련된 관계 복원의 동력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갖춰나가고, 나아가 양국 관계의 전면적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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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트럼프 2기 실용주의 외교와 가치 담론의 활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교·자유 등 도덕적 명분을 압박과 억지의 논리에 결합하여,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에서 보듯 가치 담론(value discourse)을 군사·경제 제재의 전략적 정당화 수단으로 운용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인권 및 종교 억압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함으로써, 선택적 개입과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가치 외교의 불균등한 적용은 ‘마가(MAGA) 지정학’이라 불리는 트럼프식 현실주의—보호무역주의·대중영합주의 및 거래 중심 힘의 외교—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마가 지정학은 전통적 현실주의의 합리적 행위자 모델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감정·정체성 정치 및 국내 동원의 요소를 결합해 변형·발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치 담론은 억지와 거래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 속에서 운용되는 일종의 보조 수단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먼저 마가 지정학의 작동 원리를 냉정히 해부하여 수용 및 활용 여부와 방식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의 가치 외교가 실용화되는 흐름 속에서 한미동맹의 제도적 연계 강화와 독자적 가치 활용 전략의 병행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동맹의 틀 안에서 전략적 자율성과 규범적 영향력을 함께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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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주 APEC 정상회의와 열리지 않은 북미정상회담
경주 APEC 정상회의는 ‘경주 선언’ 채택으로 한국의 의장국 리더십을 부각했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타결·핵추진잠수함 추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관계 전면 복원을 이끌어 국익과 실용을 동시에 확보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된 제의에도 북한의 무응답으로 무산됐다. 북한은 하노이 결렬을 교훈 삼아 핵보유국 인정과 비핵화 요구 철회를 대화 전제로 내세우며, 신냉전·다극화 인식 아래 북·중·러 협력을 활용하는 ‘다대다’ 압박으로 선회했다. 김정은의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계산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및 미·중 관계 변화 가능성, 그리고 트럼프만큼 대화 지향적인 지도자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위험한 베팅일 수 있다. 트럼프의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외교 성과 드라이브와 3월 한미연합훈련 이후, 그리고 4월 방중에 따른 미·중 정상회담 시점은 북미 대화의 잠재적 창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의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9·19 군사합의 복원 등 긴장 완화·신뢰 회복의 선제 조치를 취하고, 둘째, 한중·한러 관계 복원으로 신냉전적 진영화와 북·중·러 결속을 약화시키며, 셋째, 북한의 통미봉남을 견제하고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통해 ‘선미후남’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공존의 실질적 동력을 마련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