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북한매체 키워드
북한매체에서 분석한 주요 키워드입니다.
흩어진 북한정보를 빅데이터로 모아 한눈에
북한정보포털
흩어진 북한정보를 빅데이터로 모아 한눈에
주간
이슈
최신 뉴스
-
- 美국무부 수석부차관보 “한국과 협력해 대만해협 등서 평화·안정 수호”조너선 프리츠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3일 “우리는 한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파트너들과 협력해 국제 해양법과 평화·안정을 수호할 것”이라며 “이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또는 이 지역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프리츠는 한미가 지난달 발표한 팩트시트(factsheet·설명 자료)와 관련해 “핵심 산업 재건, 상업적 유대
- 美국무부 수석부차관보 “한국과 협력해 대만해협 등서 평화·안정 수호”
-
- 李 “尹정부의 대북 전단 사과해야 하지만 종북몰이 걱정”“이념대결 소재 될까 차마 말 못해 북미 대화 위해 한미 훈련도 논의 핵추진 잠수함, 핵무장 의도 없어” 美와 우라늄 농축 5대5 동업 추진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윤석열 정부 당시 군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 “북한에 사과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자칫 소위 ‘종북몰이’나 정치적 이념 대결의 소재가 되지 않을
- 李 “尹정부의 대북 전단 사과해야 하지만 종북몰이 걱정”
-
- “윤정부 대북전단, 북한에 사과 생각있지만 종북몰이 걱정”윤석열정부가 북한을 도발해 계엄 선포 명분을 얻으려고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에 직접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북한에)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소위 ‘종북몰이’나 정치적 이념 대결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돼 차마 말
- “윤정부 대북전단, 북한에 사과 생각있지만 종북몰이 걱정”
-
- “유병호 주도 7개 감사 위법·부당… 특조국 폐지 포함 조직 개선 방침”표적 감사 비판을 받던 감사원이 윤석열정부에서 이뤄진 7개 감사에 대해 위법·부당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감사원은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 일부 지휘부가 감사 범위에 제한이 없는 특별조사국을 활용해 무리한 감사를 벌인 것이 핵심 문제라고 보고 조직 개편, 감사위원회의 권한 강화 등 사무총장 권한 통제 방안을 마련했다. 감사원 운영 쇄신 태
- “유병호 주도 7개 감사 위법·부당… 특조국 폐지 포함 조직 개선 방침”
-
- 내년도 국방예산, 65조 9000억… 2019년 이후 최대 증액내년 국방비가 올해보다 7.5% 늘어난 65조8642억원으로 확정됐다. 2019년 8.2%를 기록한 뒤 7년 만에 가장 높은 증액률이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염두에 둔 첨단전력 도입 등에 예산이 집중됐다. 국방부는 한국형 3축 체계 관련 내년도 예산은 8조8387억원으로 올해 7조2838억원 대비 21.3% 증액됐다고 3일 밝혔다. 실제 첫 국
- 내년도 국방예산, 65조 9000억… 2019년 이후 최대 증액
-
- 李 “尹정부의 대북 전단 사과해야 하지만 종북몰이 걱정”“이념대결 소재 될까 차마 말 못해 북미 대화 위해 한미 훈련도 논의 핵추진 잠수함, 핵무장 의도 없어” 중일 문제엔 실용적인 자세 강조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윤석열 정부 당시 군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 “북한에 사과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자칫 소위 ‘종북몰이’나 정치적 이념 대결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
- 李 “尹정부의 대북 전단 사과해야 하지만 종북몰이 걱정”
-
- [기고] G7부터 G20까지, ‘K외교’의 시대를 열다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은 지난해 12·3 내란 이후 멎어버렸던 외교의 시계를 재가동하고 국제사회에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는 시간이었다. 한·미 동맹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고, 한·중 관계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았으며, 한·일 관계를 보는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켰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 이어 2028년
- [기고] G7부터 G20까지, ‘K외교’의 시대를 열다
-
- 한국 이 대통령 : 남한과 북한 간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입니다"남한과 북한 간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입니다
- 한국 이 대통령 : 남한과 북한 간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입니다
-
- 한국 이 대통령 : 북한은 우리의 대화 노력을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한국 이 대통령 : 북한은 우리의 대화 노력을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 한국 이 대통령 : 북한은 우리의 대화 노력을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
- 한국 대통령 : 한국은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과의 합동 훈련 문제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한국 대통령 : 한국은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과의 합동 훈련 문제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 한국 대통령 : 한국은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과의 합동 훈련 문제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
- 한국의 이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의 분쟁에 대해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서울, 12월 3일 (로이터) -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수요일 최근 중국과 일본 간의 외교 분쟁에서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한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 기반을 조성하고 전통적으로 북한을 화나게 했던 한-미 합동 군사 훈련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12월 3일 한국 계엄령 선포 1주년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조이스 리 기자, 박주민 기자, 에드 데이비스 편집)
- 한국의 이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의 분쟁에 대해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
- 한국 대통령 : 러시아와 북한 간의 협력이 한국에 긍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한국 대통령 : 러시아와 북한 간의 협력이 한국에 긍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 한국 대통령 : 러시아와 북한 간의 협력이 한국에 긍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
- 타임라인-한국, 계엄령으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 1주년을 맞이하다(6월 2일 기사를 계엄령 선포 1주년으로 업데이트) 서울, 12월 3일 (로이터) - 한국은 수요일에 아시아에서 가장 탄력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로 오랫동안 여겨져 왔던 한국에 충격파를 던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축출된 지 1주년을 맞이합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구속, 기소, 이재명 대통령 당선 등 계엄령 이후 1년간의 주요 사건을 소개합니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1330 GMT) 직전, 윤 전 대통령은 국영 TV를 통해 '반국가 세력'을 뿌리 뽑고 정치적 교착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선언합니다. 한 시간 후 군부는 정당과 의원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하고 군대와 경찰이 야당이 장악한 국회로 내려갑니다. 직원들은 바리케이드와 소화기를 사용해 특수작전 병사들을 막습니다. 의원들은 보안 경계선을 피하기 위해 울타리를 뛰어넘고 시위대가 모여듭니다. 12월 4일: 새벽에 190명의 의원이 참석한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의 하야 선언을 거부하기로 의결하고 군대가 철수하기 시작합니다. 약 3시간 30분 후,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을 해제합니다. 계엄령은 약 6시간 동안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야당이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합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결정이 "심하게 잘못된 판단"이었으며 "불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12월 7일: 윤 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여당인 국민의힘(국민의힘)에 맡기겠다며 사과했지만 사임할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은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의회의 정족수 미달로 실패로 돌아갑니다. 12월 8일: 검찰이 계엄령 시도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지명합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체포. 12월 10일: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윤 전 사령관이 계엄령 선포 후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합니다. 김 전 국방부 장관이 감옥에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12월 12일: 윤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의 선거관리위원회를 해킹했다고 주장하고 4월 총선에서 자당의 압승에 의구심을 표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주장을 부인합니다. 12월 14일: 국회가 재적 의원 300명 중 204명의 찬성으로 윤 전 대통령을 탄핵합니다. 최소 12명의 바른미래당 의원이 탄핵에 찬성합니다.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됩니다. 12월 16일: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건 심리를 시작합니다. 12월 27일: 국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합니다. 최상목 재무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취임합니다. 헌재가 윤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습니다. 12월 31일: 윤 전 대통령이 수사관들의 심문에 출석하지 않자 서울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합니다. 윤석열의 변호인은 수사관에게 권한이 없기 때문에 체포 영장은 불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합니다. 2025년 1월 3일부터 15일까지: 당국은 대통령 경호원 및 군 병력과의 충돌로 윤 씨를 체포하려 했지만 실패합니다. 윤 씨는 현지 법원이 체포 영장을 연장한 후 마침내 자수하기로 동의합니다. 1월 21일: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에 처음으로 출석합니다. 재판관의 질문에 그는 군 지휘관에게 의원들을 국회 밖으로 끌어내라고 명령한 사실을 부인합니다. 1월 26일: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기소하고 구속을 요청합니다. 3월 9일: 법원이 체포 영장을 취소하고 윤 전 대통령을 구금에서 석방합니다. 그는 54일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이 헌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결하고 대통령직에서 영구히 해임합니다.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이 전 당 대표이자 2022년 대선 후보인 이재명을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6월 3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보궐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6월 12일: 특별검사팀이 윤석열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합니다. 7월 10일: 지방 법원이 특검의 구속 요청을 받아들여 윤 씨가 다시 구치소에 수감됩니다. 8월 13일: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전 영부인이 지방 법원의 체포 영장 발부로 수감되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부부가 감옥에 갇혔습니다. 8월 29일: 특검이 김 전 영부인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합니다. 9월 22일: 한국 통일교 지도자 한학자가 김 전 영부인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 수감됩니다. 10월 10일: 특검이 통일교 지도자 한씨를 기소. 11월 10일: 특검이 계엄령 선포와 관련된 적국 방조 등 추가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합니다. 11월 26일: 특검, 내란 방조 및 위증 혐의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 구형. (조쉬 스미스, 조이스 리, 김희진 기자 취재, 잭 김, 에드 데이비스, 마이클 페리 편집)
- 타임라인-한국, 계엄령으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 1주년을 맞이하다
-
- 북한 김정은, 건군 80주년 맞아 공군의 핵전쟁 억지력 강조By 박주민 서울, 11월 30일 (로이터)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린 딸과 함께 공군 창건 80주년을 기념하면서 핵전쟁 억지력 행사에서 공군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 로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무인 항공기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으로 보이는 장비를 관찰하는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자는 앞서 로이터 통신에 북한이 소형 단거리 1인칭 시점(FPV) 드론과 대형 중거리 전장 공격용 드론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긴 가죽 코트를 입은 김 위원장과 그의 딸은 기념일을 기념하는 에어쇼를 관람하고 북한이 올해 초 공개한 공중 조기경보기와 같은 항공기 전시를 둘러봤다고 관영 언론이 사진을 통해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핵전쟁 억제력 행사에서 역할을 할 공군에 대한 국가의 기대는 정말 '크다'고 말했다"고 관영 매체 KCNA가 인용했습니다. KCNA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공군은 적들의 모든 종류의 간첩 행위와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단호하게 격퇴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군에 새로운 전략 자산이 제공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박주민 기자, 다이앤 크래프트 편집)
- 북한 김정은, 건군 80주년 맞아 공군의 핵전쟁 억지력 강조
연구자료
링크이동-
[국내] [Global NK 논평] 북한의 ‘전략적 억제’와 한국과 미국의 자기-억제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요약 및 머리말 북한의 핵전략은 러시아식 ‘전략적 억제’를 응용하고 있다고 간주할 수 있다. 현하 북한 핵전략의 두 축은 2022년 핵무력법과 2023년 공식화된 적대적 2국가론이다. 이 두 가지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양자를 통합하면, 선제핵공격과 핵전쟁 유발론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안보상황을 장악하여 그 주인이 되고자 하는 전략 구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구상은 북한의 전략 지위가 수십년내에 최고의 지위에 오른 것을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북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대북 갈등-위기 회피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능력증가와 협박을 내면화하여 자기-억제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핵전략의 승리이론: 싸우지 않고 협박을 통해 이긴다 북한의 핵전략은 3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자신의 핵능력과 그 실제 사용의지의 수준을 생생하고 실감나게 과장하고, 둘째, 이를 통해 상대방 지도부의 의사결정에 심리적-인지적 영향을 미치며, 그리하여 셋째, 상대방 지도부가 스스로 알아서 북한에 대한 행동을 조심하거나, 북한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거나,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북한의 이러한 핵전략은 실제 핵전쟁을 일으키고자 하는 정책이라기 보다는 북한이 선제 핵사용을 통한 핵전쟁 개시를 불사할 수 있다는 것을 협박수단으로 삼는 정책이다. 만약 북한이 의도적으로 선제핵사용을 통한 핵전쟁 개시를 실제 결단한다면, 이는 결국에 북한이 스스로 자멸을 선택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이는 북한에게 합리적 판단이 아니다. 그런데 이처럼 만약 선제핵무기 사용을 통한 핵전쟁 도발 관련 북한의 능력과 의지를 상대방이 허풍이라 간파한다면, 북한 핵전략은 붕괴한다. 자신의 핵전략 붕괴를 예방하자면, 북한은 더욱 실감나고 생생하게 핵능력 수준 및 실제 사용 관련 의지를 더욱 위험스럽게 과장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상대방을 정치적으로 굴복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선제 핵사용을 통한 핵전쟁 불사의지를 과잉 과시하고 과잉행동을 하다보면, 상대방의 비례적 또는 과잉 맞대응 때문이 긴장이 높아지고 위기가 발생하며, 그러한 와중에서 어느 한측 또는 양측의 오판 때문에 북한 스스로의 그리고 상대방의 실제의지와도 무관하게, 우발적으로 실제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의 상대방에 대한 가장 효과적 협박은, 핵전쟁 관련 위험 감수의 경쟁에서 북한의 위험 감내 수준이 상대방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을 상대방이 ‘똑똑히’ 알게 만드는 것이다. 즉 북한은 핵전쟁 관련 위험 감수 경쟁과 확전통제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이를 통해 상대방을 정치적으로 제압하면서, 상대방이 북한에게 유리한 거래를 수용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핵무기와 투발수단의 성능과 수량을 둘러싸고 상대방과 경쟁하는 구도에서는 필패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상대방과 핵전쟁 (우발적) 발발 위험 감수 경쟁으로 갈등의 구도를 바꾸어 승리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핵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증가된 핵능력을 지렛대로 삼아, 싸우지 않고 승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즉 북한의 핵전략은 선제핵사용을 통한 핵전쟁 개시 협박을 통해, 상대방의 지도부 그리고/또는 국민일반이 북한과의 갈등이 야기하게될 또는 북한이 개시하게될 핵전쟁 발생 위험에 대한 공포를 내면화하게 만들고, 그 내면화된 공포 때문에 상대방의 지도부 그리고/또는 국민이 북한의 의중, 기분, 태도를 살피면서 미리서 조심스레 행동하게 만들고, 북한과의 갈등을 회피하며, 북한의 협박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고, 나아가 북한의 요구에 대한 자발적 선제적 수용 의지를 증가시키도록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식 ’전략적 억제‘ 개념의 북한식 응용 여기서 ’전략적 억제‘라는 개념은 러시아가 2014-15년경 정착시킨 개념이다. 북한의 공개 발언은 이 개념을 언급하지 않으며, 북한이 이 개념을 자신의 전략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전략 분석에 이 개념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이 개념을 뒷받침하고 있는 정책담론을 살펴보면, 북한의 핵전략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전략적 억제는 러시아 국방부가 출간한 군사백과사전에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군사 및 (정치적, 외교적, 법적, 경제적, 이데올로기, 과학-기술적 그리고 여타를 포함) 비-군사적 조치들의 조율된 체계이다. 이 조치들은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 국가 성격에 피해를 주는 군사행동을 억제할 목적으로 취해진다. ... 전략적 억제는 군사-정치적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을 지향한다. 그 목적은 미리 결정되어 있는 틀 안에서 또는 군사갈등의 확전-감소를 위하여 적대 상대국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전략적 억제가 영향을 주어야 하는 대상들은 군사-정치적 지도부 그리고 잠재 적국(또는 국가연합)의 국민일 수 있다. ... 전략적 억제 수단들은 평화시와 전시에 지속적으로 수행된다.” [1] 전략적 억제의 목적은 4가지이다. [2] 첫째, 침략 또는 강압압박을 단념시키며, 둘째, 위협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지하며, 셋째, 갈등이 시작되면 확전을 관리하며, 넷째, 갈등이 유리한 거래조건에서 종결하도록 한다. 전략적 억제는 다방면 압박(cross-domain pressure)으로 이루어지는 데 그 핵심은 세 가지이다. [3] 첫째, 핵심 기둥은 핵능력이다. 핵능력 그늘이 견실해야 다른 수단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공간이 넓어진다. 둘째, 재래식 능력이다. 특히 정밀타격, 장거리 미사일 체계, 대공/대미사일 방어가 중요하다. 셋째, 비-재래식/비-군사 도구이다. 사이버, 정보전, 외교/이데올로기 수단, 경제적 지렛대가 포함된다. 이와 관련 특히 상대방 진영의 인식을 우리편에 유리하게 조작/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적 억제는 이 세 가지를 혼합하여, 비용, 위험, 그리고 확전에 관한 상대적대국 지도부의 인식에 영향을 줌으로써, 상대적대국이 사고와 행동에서 제약당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전략적 억제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4] 첫째, 비-핵 및 비-군사 수단을 포함시킴으로써 핵에 덜 의존하게 만든다. 둘째, 상대방의 파괴가 아니라 강압을 통해 행동을 제약거나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셋째, 전국가적 차원에서 핵, 비핵, 비군사 등 다방면에 걸치는 일관되고 통합된 강압논리를 반영한다. 반면, 전략적 억제는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5] 첫째, 전략적 억제는 공세적 강압을 방어라 정당화한다. 둘째, 우리 쪽의 행동에 대해 적대상대방이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무시한다. 셋째, 평화시에도 일련의 고도의 능동적 강압행동을 하도록 하기 때문에 전시와 평시 구분이 모호해진다. 넷째, 적대국의 모든 행동을 의도적이라 간주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확전이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한다. 러시아식 전략적 억제론을 앞서 서술한 북한의 핵전략 승리이론과 결부시켜서, 그 내용을 현학적 개념을 통해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북한은 상대방에 대한 선제핵공격을 통한 핵전쟁 발발이라는 협박을 주축 수단으로 하는 전략적 억제를 통해, 상대방의 공포 심리를 극대화하여 자기-억제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상대 적대국에 대한 완전파괴가 아니라- 실제상으로는 싸우지 않고 협박만을 통해 거두는 승리를, 즉 한반도 안보구조를 북한에 유리하게 재편하는 바의 흥정결과를 추구하고 있다. 이것이 최근 자신의 핵전략에 대해 북한이 발표한 입장의 정치적 실질 핵심이다. 즉 2022년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에 나타난 선제핵사용을 통한 핵전쟁 주도론 그리고 2023년말 공식화된 이른바 ’적대적 2국가론‘에 등장하는 바의 한국을 핵무기로 초토화 평정 병합한다는 협박에 내포된 실질적 전략 목표의 핵심이다. 즉 이 두 가지는 상대방의 정세인식과 공포수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심사숙고하여 만들어진 정치적 선전자료들이다. 핵무력법과 적대적 2국가론의 논리를 통합하면, 북한이 지도부나 체제에 대한 위협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선제핵공격으로 핵전쟁을 일으켜, 한국을 핵무기로 초토화 평정 병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사는 두 가지 면에서 북한의 전략적 억제의 목표 달성에 이바지한다. 첫째, 여기서 ’위협 임박‘ 여부 판단은 전적으로 북한의 자의적 판단이다. 북한은 한미간의 통상적 정기 연합훈련, 그리고 주기적 또는 임의의 전략자산의 전개 등도 얼마든지 ’위협 임박‘으로 임의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있다. 북한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한미연합군의 일정 동향을 ’위협 임박‘으로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공표하면서 선제핵공격 준비 및 핵전쟁태세를 선포할 수 있다. 북한은 이를 통해 한미연합군의 한반도 주변 군사활동을 위축시키고자 할 것이다. 둘째, 북한은 한국의 정치지도부 그리고/또는 국민 사이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핵전쟁 공포를 잠재화시키고, 이를 활용해 자신의 전략 목표 달성에 우호적 상황을 만들어 내고자 할 것이다. 북한은 특히 앞으로도 선제핵공격과 핵전쟁발발과 관련된 위기상황을 자신의 편의에 따라 반복하여 조성할 것이고, 이러한 가운데 핵전쟁의 발발과 핵파괴의 참혹상에 대한 공포를 점점더 뚜렷하게 정책 당국자와 국민 일반의 정세인식에 각인시키고 결국에 정책결정에 영향을 주게 만들고자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정책과 여론은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여 북한에게 구조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하는 것 그리고 (더 이상 싸움을 키우지 않고 갈등의 현수준에서) 적대성을 동결하는 것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전쟁하지 않고 승리할 수 또는 작은 승리를 축적해 갈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안보의 안정 불안정 여부를 이제부터 북한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조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현하 전략 지위와 미래 전략 구상 미국의 2025년 DIA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수십년래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 [6] 이는 북한의 증가된 핵/미사일 역량, 북러 협력 강화 등 국제정치적 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2022년 핵무력법과 2023년 적대적 2국가론은 북한의 이러한 유리한 입지를 반영하는 전략 문서이다. 앞서 시사했지만, 이 두 가지 전략 요소는 서로 불가분으로 결부되어 있다. 여기서 두 가지 전략 요소가 앞으로 북한의 전략적 지향에 무엇을 예고했는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안보는 현재 자신의 핵무력에 의해 스스로 보장된다. 북한은 미국 또는 그 어느 나라로부터도 안전보장을 확약받아야할 필요가 없다. 2022년 북한 핵무력법은 북한이 이러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둘째, 미중 갈등 그리고 (친미) 서방 진영과 반미 권위주의 진영간의 대립이 당분간 공고할 것을 예상할 때, 양진영 동북아 강대국간 긴장완화의 안정된 정착을 필요조건으로 하는 바의 북핵 문제 (잠정) 타결에 기초한 미북간 관계 개선, 남북교류협력의 진행 또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 한반도/조선반도 평화체제의 수립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은 이러한 목표 성취를 지향하는 전략 노선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는다. 셋째, 첫째와 둘째 조건을 고려할 때, 북한의 선택지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으로부터 핵국가로 인정받는 것을 강압적으로 관철하든지 아니면 적대적 영구 갈등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넷째, 지구적 반미 권위주의 국가 연대에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뒤이어 3대 국가로 등장했다. 김정은이 2025년 9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시진핑 및 푸틴과 나란히 서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를 상징적으로 증명한다. 현재 그대로의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전략 자산이다. 이상의 네 가지 조건을 종합해서 내놓은 북한의 미래 전략 비전이 ’적대적 2국가‘론이다. 북한은 북한의 능력 증가를 상쇄하고 또는 압도하고자 하는 한미일과 군비경쟁에 돌입해 있다. 이러한 군비경쟁은 국력이 약한 북한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렇지만, 북한은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부담을 덜어주는 만큼, 그리고 러시아의 대우크라이나 전쟁 노력을 지원하는 만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받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자산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능력과 실적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자면 북한은 군비증강과 모험적 대외정책을 통해, 동북아에서 한미일의 역량과 관심이 북한을 통해 분산되고 약화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적대적 2국가론은 북한이 영구히 군비증강을 해야 하고 영구히 준-전시체제를 유지해야 하며, 경제적으로 내핍하고 정치적으로 통제받아야 하는 이유를 북한내부적으로 정당화한다. 또한 적대적 2국가론은 남북관계를 한국식 비핵화-교류협력의 촉진 패러다임을 완전히 거부하고 북한식 ’교전중인 가장 적대적 2국가‘ 패러다임이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임을 선언하고 관철한다. 적대적 2국가론은 핵무력법과 함께, 선제핵공격 및 핵전쟁 발발이라는 협박을 통해 한미연합군을 제어하며, 한국 국력의 총체적 우세를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핵무력법과 적대적 2국가론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 동급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하고, 한반도 안보문제 논의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이 미국과 직거래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다. 결론: 한미의 자기-억제 현하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전략지위 상승 및 전략 지향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한국의 내부적인 대북인식틀이 과거인식틀인 북한 비핵화 원칙 고수 및 필요하다면 갈등-위기 감수와 징벌부여라는 원칙으로부터 새로운 인식틀인 북한 달래기를 통한 갈등-위기 회피로 그 중점이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트럼프 1기에 미국의 대북 인식틀의 구성요소로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방지 문제, 그리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북한과 새로운 관계 형성 문제가 중요한 고려 요소로 등장했다. 특히 트럼프 2기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달래기를 기초로 한 북한과의 위기 회피를 대북정책의 사실상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한국정부는 대북 갈등-위기 회피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 및 교류협력 재개를 정책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아무리 값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론에 입각하여, 남북간 갈등회피 및 평화 유지를 최고 목표로 설정하면서, 덧붙여 가능하다면 화해협력의 재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핵화는 교류협력과 (관계) 정상화의 사실상 차후 단계로 위치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태도는 오래전부터 북한이 요구해오던 것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강압이 미국과 한국의 정세인식구조에 침투하여 부분적으로 정책결정의 기본틀을 변화시키고 있다고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한국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자기-억제라고 칭할 수 있다. ■ [1] Kristin Ven Bruusgaard, "Russian Strategic Deterrence and European Security" Survival, Global Politics and Strategy , Volume 58, 2016 - Issue 4, p. 10-11에서 재인용. [2] Samuel Charap, "Strategic Sderzhivanie: Understanding Contemporary Russian Approaches to ‘Deterrence’" (Security Insights No. 62, George C. Marshall Center, 2020), p. 5. [3] Bruusgaard, "Russian Strategic Deterrence and European Security," pp. 11-15. [4] Charap, "Strategic Sderzhivanie,“ pp. 5-6. [5] Charap, "Strategic Sderzhivanie,“ p. 6. [6] Defense Intelligence Agency, 2025 Worldwide Threat Assessment , p. 20. ■ 박형중 _독립 북한연구자. ■ 담당 및 편집: 이상준 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
[국내] [Global NK 논평] 경주 APEC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그리고 북한의 복잡한 속내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양자외교에 능했다. 1990년을 전후로 세상이 바뀌었고, 냉전 구도가 허물어지는 국제질서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기존의 양자외교는 물론 다자외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분단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안보 이슈를 다루는 다자무대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다. 결국 전 세계 인구의 40%, 글로벌 GDP의 60%를 차지하는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은 무척 매력적인 무대였던 것이다. 한국은 호주, 미국, 캐나다, 일본 등과 지혜를 모아 1989년 창립 시점부터 APEC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5년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경주에서 풀어 놓은 한국 외교의 보따리를 앞으로 어떻게 알차게 주어 담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원래 큰 다자 외교 판이 벌어지면, 앞뒤로 다양한 양자 외교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게 국제 무대의 관행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APEC 기간 동안 총 13차례의 양자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이번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11년만에 한국을 찾은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성과와 한계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 향후 안정적인 한미중 관계의 정착은 한반도 운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에 중요한 외교 어젠다를 던졌고, 이를 지켜본 북한의 속내는 매우 복잡할 것으로 짐작된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이후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연료 추진 잠수함 확보에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회담 중 공개 발언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최종 승인한 바 있다.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미국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조선소에서의 건조를 전제로 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 한미 양 정부는 한국에서의 건조에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국민과 언론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에 한계가 있어 북한이나 중국의 잠수함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분명하게 언급했다. 중국과 북한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개 반발할 수 있는 발언이었는데, 중국 정부는 다음 날 동북아 지역에서 NPT 체제가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는 간단한 내용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북한의 복잡한 입장과 계산이다. 북한은 아직 이와 관련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짐작건대 한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할 논리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NPT체제 안에서 핵보유가 인정된 나라지만, 북한은 지난 30여년 동안 NPT 체제의 규칙을 어기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수많은 기만을 반복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사례이다. 한국 정부가 시도하는 핵추진 잠수함은 핵연료의 군사적 이용을 의미하므로, 한미 양국 간 원자력협정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재래식 무기의 탑재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NPT 체제의 의무 사항을 위배하는 행위는 아니다. 다만, 잠수함의 성공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핵연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을 향해 자체 연료 생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서, 향후 한미 간 정교한 협상 과정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모를 리가 없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추진 잠수함 역시 한반도와 같은 협소한 작전 구역에서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비대칭 전력이 분명하므로, 그간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유지하던 비대칭 무기의 독점적 지위가 상실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둘째, 한중정상회담 역시 북한에게는 적지 않은 전략적 고민을 안겨주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초 전승절 행사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과 천안문 광장에 나란히 모습을 나타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함께 북중러 3국 정상이 함께 회동함으로써, 북한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외교안보적 공간을 확보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진핑 주석이 11년만에 한국을 찾았고, 한중 정상회담에서 AI를 포함하여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래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하게 되었다. 북중 간에 작동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중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버티게 만든 든든한 버팀목이자, 특히 지난 2018년 북미 간 정상외교 국면에서는 1년반 만에 북중 지도자가 무려 5차례나 만나면서, 전략적 협력을 깊게 확인한 바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북중러 삼국 협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공고하다고 믿었던 시점에서 한중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켜봐야만 했던 것이다. 셋째, 경주 APEC 회의에서는 미중 간 정상회담도 개최되었다. 이 역시 북한으로서는 매우 불편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궁극적으로 통일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국가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이 시작하는 오른쪽 끝이고, 동시에 태평양이 시작하는 왼쪽 끝이다. 이곳에서 대륙의 거인 중국 지도자와 태평양의 거인 미국 지도자가 만났다는 사실은 마치 두 초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의 운명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동시에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북한을 상대로 한 한국의 월등한 지위를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평양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일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국의 거의 모든 국가이익은 성공적인 한미중 관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근대 등장 이후 모든 국가는 두 가지 목표를 설정했는데, 하나는 경제발전이라는 목표, 다른 하나는 정치발전이라는 목표였다. 우리도 마찬가지여서, 자원이라곤 사람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50여개 국가를 대표하는 성공적인 경제성장과 정치발전을 이룩했다. 한국 GDP의 80% 이상이 교역을 통해 창출된다고 봤을 때,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유지는 한국의 입장에서 너무도 중요하고, 이런 관점에서 이번 경주 APEC을 통해 한국 정부가 거둔 성과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궁극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와 연계된 성공적인 외교 정책의 추진이 관건이다. 결국 외교도 내치(內治)의 연장일 수밖에 없으니, 포스트-APEC을 위한 국민적 지혜가 더 절실한 순간이다. ■ ■ 박인휘 _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장. ■ 담당 및 편집: 이상준 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
[국내] [Global NK 논평] 김정은이 트럼프와 협상하게 하려면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북미 정상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표명했다. 자신은 김정은과 개인적 관계가 좋다고도 하고, 김정은이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미국과의 협상은 이미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며 만남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비판했다. 김정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정상회담 제안은 계속되었다. 한미정상회담과 미중정상회담을 위해 아시아 순방을 떠나면서 트럼프는 또 다시 김정은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과의 만남에 100% 열려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또한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마치 트윗으로 갑작스럽게 제안했음에도 판문점에서 만났던 2019년 6월의 모습을 되살리려는 듯 했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둘 사이의 만남은 무산되었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의 과거를 생각하면 갑작스러운 만남이 언제 이루어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트럼프의 지속적인 구애에 김정은이 결단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만남에서 실질적인 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처럼, 두 지도자의 준비되지 않은 만남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공고한 평화정착을 위한 실질적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하튼 현재 북미정상회담의 열쇠는 김정은이 쥐고 있다.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를 만난 이유 김정은은 트럼프와 세 번 만났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해 6월에는 트럼프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판문점에서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트럼프와 최초의 정상회담을 하게 되었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었는데, 김정은은 당시 상황이 북한에 유리하다고 인식했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핵무기 보유를 추구해 왔으며, 결국 미국을 상대로 한 핵 억지력 완성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동부 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실질적인 힘의 균형을 달성함으로써 한반도 및 세계 평화와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북한은 오랫동안 핵 억지의 힘을 믿어왔고, 미국을 상대로 독자적 핵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핵 억지의 논리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 간에 상호확증파괴가 보장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평양은 2017년부터 상호확증파괴가 워싱턴을 상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 자신도 이제 북한이 언제든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물리적으로 입증했으므로, 미국은 감히 북한을 공격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대규모 핵 1차 공격 이후에도 북한이 실제로 치명적인 대미 핵 2차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완전히 갖추었는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북한은 스스로 핵 억지력을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김정은은 미국이 핵을 휘두르며 또 다른 전쟁을 벌이려 해도, 현재 북한의 강력한 핵 억지력 때문에 감히 침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억지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정은은 2018년 4월 20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일주일 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노선을 선언했다. 김정은 정책 변화의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반으로 한 트럼프의 새로운 외교정책이었다. 트럼프는 동맹이든 적국이든 이전의 관계에 상관없이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외교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는 유럽 및 아시아 동맹국들과 긴장을 고조시킨 반면 러시아와는 관계를 증진시켰다. 사실 그는 기존 미국 행정부와는 전혀 다른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는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립주의적 전략을 추구하고 있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북한 입장에서 상황을 더 유리하게 바꾸는 환영할 만한 변화였다.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트럼프는 “과거가 미래를 정의할 필요는 없다. 어제의 갈등이 내일의 전쟁이 될 필요는 없다. 역사가 반복해서 증명했듯이, 적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국민을 위해 안전과 번영의 찬란한 새 시대를 열어준 지도자로 기억될 수 있는,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기회를 앞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새로운 외교정책을 환영하며, 적대적 과거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의 의지와 포부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요컨대, 김정은은 평양의 핵 억지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싱가포르를 방문했으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 트럼프에게 전략적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김정은은 당시 북한에게 유리한 상황이라 인식하고 미국과 협상에 임했던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한 이유 김정은은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를 다시 만나 추가 양보를 기대했지만,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안보 보장과 평화체제가 비핵화보다 우선되어야 하며, 평화가 한반도의 비핵화로 이어진다고 인식해 왔다. 김정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이런 순서와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공동성명은 먼저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안보 보장을 약속한 내용을 명시하고, 그 다음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재확인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는 인식 차이가 존재했고, 이것이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의 주된 이유였다. 트럼프는 회담 후 두 사람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김정은은 미국이 원하는 핵심 사안보다 덜 중요한 분야만 다루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트럼프가 북한의 부분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첫 단계를 수용해 주기를 기대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2016년과 2017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부과한 주요 경제 제재를 해제하도록 트럼프를 설득하려 했다. 김정은은 이것이 당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김정은이 기대한 것과 다른 협상 틀을 설정했다. 그것은 한 번에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라는 요구였다.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미국과 단계적 접근으로 협상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김정은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빅딜 거래를 요구하면서 정상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경제 제재 해제만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하는 것은 김정은이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이었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로 자신들의 체제 보장을 확보하고자 했기 때문에, 한 번에 큰 거래를 하는 것보다는 단계적 접근을 요구했던 것이다. 평양의 안보 관심사는 미국의 적대 정책을 종식시키는 데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은 지속적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를 요구해 왔다. 실제로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 이후 시정연설에서 정상회담 실패의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전략적 결단과 용기있는 조치가 옳았던 것인지 강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미국이 양국 관계 개선에 진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경계해야 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미국은 전혀 달성할 수 없는 방법만 생각한 채 정상회담에 임했다고 비판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 김정은의 인식은 2018년 전의 과거로 되돌아갔다. 사실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평화 체제 사이에 근본적인 딜레마가 존재한다. 북한은 미국과 이 문제를 교환 게임의 형태로 다뤄왔다. 평양은 핵 문제를 결코 북한만의 문제로 보지 않았으며, 미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문제로 인식했다. 북한 입장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주체는 미국이며, 북한은 핵 억지를 통해 한반도의 전쟁을 방지했다고 믿는다. 따라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앞서 체제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 개념은 자신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다른 핵보유국도 핵무기 군축에 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 체제가 구축될 때만 비핵화를 실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미 간의 인식차이가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한 주된 이유다. 평양은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 조치보다 안보 보장과 평화 체제가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는 단순한 평화조약이나 미국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뿐만 아니라, 미국과 북한 간 적대 관계의 종식도 포함된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하노이 회담은 북미 간 인식차가 큰 상황에서 협상 타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 판문점 회동이 향후 협상에 주는 교훈 김정은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다시 만났다. 트럼프의 트윗으로 시작된 두 정상의 재회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역시 다시 실패로 끝났다. 갑작스러운 만남이었지만, 북한 역시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두 정상은 실무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북한은 미국이 핵 협상을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미국이 국내 정치적으로 회담을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판문점 회동은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갑작스러운 만남이 가능하나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만남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김정은이 트럼프와 협상하게 하려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 세 번의 만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향후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현재의 한반도 주변 상황을 고려할 때 북미 협상을 위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사례로부터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김정은이 협상테이블로 나오기 위해서는 트럼프를 설득해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가 필요하다. 2018년에는 증대된 핵능력과 트럼프의 변화된 대외정책이 김정은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었다. 2019년 북미협상이 실패한 이후 김정은은 정면돌파전을 선언했고,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통해 핵능력의 증강을 선언했다. 2017년까지의 핵능력 진전을 통해서는 트럼프를 설득할 수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이후 증대된 핵과 미사일 능력이 김정은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줄 경우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고 러시아와 안보동맹 조약을 맺고 전승절 참가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트럼프와의 협상 필요성은 감소할 수 있다. 더구나 김정은이 현재의 세계질서를 다극체제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매달릴 이유는 작다. 하지만, 북중, 북러 관계의 불안정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북한이 자국의 운명을 중국 및 러시아에 영원히 의존할 수는 없다. 결국 어느 정도 자신감이 회복된 시점에 위협의 근원인 미국과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쉽지 않겠지만, 한국 정부는 이 기회의 창이 열리도록 노력하고 그 시기를 잘 포착해야 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와 김정은이 갑작스럽게 만나더라도 만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그 만남은 비밀리에라도 사전에 준비된 만남이어야 한다. 김정은이 60시간이 넘는 기차여행에도 불구하고 하노이에 간 이유는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김정은의 기대는 분명 싱가포르 회담 이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미 양국 고위관료들의 수차례 상호접촉을 통해 협상이 진행된 결과 생겨난 것이었다. 판문점 회동처럼 북미간 고위급 협상이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트럼프와 정상회담 합의를 기대할 가능성은 낮다.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미간 고위급 협상을 추동할 레버리지는 거의 없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미간 협상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세부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각각 북한과 미국에 지속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 모두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간 접촉이 시작되면 한국은 패싱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미동맹 강화와 더불어 북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여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기존 환경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대중, 대러 외교를 조심스럽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김정은의 신뢰가 약화될수록 미국에 대한 접근 가능성은 높아진다. 북중, 북러 관계가 강화된 현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 대러 외교는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역시 다극질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외정책의 전략적 공간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모멘텀이 약화되었지만 한국 정부의 다면적 외교노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대러 관계 변화를 유심히 살펴 새로운 안보환경 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북미 협상에 나서게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 황지환 _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 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
[국내] [Global NK 논평] 전승절에서 APEC, 북중관계의 새로운 모색과 도전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1. 북중관계의 새로운 모색 북중 양국이 9월 3일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고위급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관계가 급진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월 3일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9월 28일에는 최선희 외무상의 방중과 외교장관 회담, 그리고 10월 9일 리창 중국 총리의 방북과 북한 노동당 창건 행사 참여 등 고위급 교류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양국관계가 개선을 넘어서 밀착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양국 정상은 각각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77주년과 10월 1일 신중국 성립 76주년을 맞이하여 축전을 교환하며 '전략적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북중 양국간 고위급 교류가 이례적으로 빈번하지만 사실 모두 정례적인 주요 행사 계기에 진행된 것이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관행의 일환으로 간주할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의 연이은 북중간 고위급 교류에는 관행 이상의 특별한 장면도 있었기 때문에 그 의미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중국은 9월 3일 전승절 행사 계기에 이례적인 주목할만한 두 개의 장면을 연출했다. 첫 장면은 66년만에 북중러 삼국 정상이 나란히 한자리에 서서 열병식을 참관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북중러 삼국은 현재 공히 미국의 압박과 공세에 직면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삼국 정상이 나란히 도열한 장면은 다분히 미국을 겨냥하여 삼국 연대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논란을 초래했다. 두번째 장면은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과는 별도로 만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갖는 등 이례적으로 국빈 방문급의 특별 예우를 제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을 위한 4박 5일 일정의 베이징 방문은 2019년 1월 4차 방중 이후 6년 8개월 만이고 북중 정상회담은 2019년 6월 시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6년 2개월여 만이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다분히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여 '비핵화'에 대한 언급도 회피했다. 아울러 중국은 리창 총리가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참석하여 김위원장의 전승절 행사 참석에 화답했다. 2015년 70주년 행사에 중국이 권력 서열 5위였던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했던 것에 비하면 격을 높여 답례한 것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이전과 달리 북한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중국이 최근 왜 북한에 특별한 배려를 하면서 관계를 돈독히 하려 하는 것인지 그 이유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현재의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한반도와 주변 국제정세를 전망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2. 북중러 연대에 대한 중국의 셈법과 전략 시 주석이 전승절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친밀한 관계를 과시한 것은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목해야 하는 세 번째 장면이 있다. 북중러 정상이 66년 만에 어렵게 한 자리에 모였지만 정작 삼국 정상회담은 열지 않았다. 북중, 북러, 그리고 중러 양자간 정상회담만 진행되었고 그 자리에서도 북중러 삼국 협력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이러한 선택 역시 미국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중국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을 의식하여 북중러 연대의 실질화, 제도화는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다. 중국에게 북한과 러시아는 최소한의 안전판이고 우군이기는 하지만 경제, 외교적 실익 차원에서 최고의 협력 대상은 아니다. 시진핑 정부는 여전히 국내 발전이 최우선 과제이기에 북한, 러시아와의 정치적 연대보다는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이 더 중요하다. 중국이 북한, 러시아와 과도하게 밀착할 경우 오히려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이미지와 위상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경제협력 대상인 유럽 등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치열한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견제할 필요성도 있지만 다른 한편 과도하게 자극하여 미국과의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는 것도 원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23년 12월, 5년 만에 개최된 중앙외사공작회의(中央外事工作会议)에서 글로벌 외교 구상으로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화’와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포괄적인 경제 세계화’를 제시한 바 있다. 북중러 연대는 시진핑 정부의 글로벌 구상인 ‘세계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 추진의 필요조건일 수 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글로벌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전승절 행사에 앞서 열린 텐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과 경주에서 10월말 개최될 APEC 정상회담이 오히려 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다극화를 기치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를 비롯하여 유럽, 일본 등 서방국가들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른바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내수 중심 전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외의존도가 높기에 ‘경제 세계화’를 기치로 협력 대상을 다변화하는 것이 현실적 과제이다. 요컨대 중국에게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는 트럼프 변수의 영향을 받고 있어 향후에도 북한, 러시아와의 양자 관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 유대를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북중러 관계가 반미, 반서방을 기치로 이에 대항하는 구체적인 연대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3. 중국의 북한에 대한 복잡한 속내 시진핑 주석은 방중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특급 의전을 제공했다.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망루 중앙에 자리를 배치했고, 리셉션에서도 시 주석 부부 옆 좌석을 제공했다. 특히 다른 정상들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에게만 국빈 방문에 준하는 예우와 단독 만찬 회담 자리를 마련했다. 중국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이러한 특급 예우는 전승절 참석에 대한 감사 표시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것으로 양국이 함께 공조하면서 진행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의 대규모 전승절 행사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사실상 중국 인민들의 공산당과 시진핑 체제에 대한 지지와 결집을 견인하기 위한 국내 행사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전승절 행사 참석을 국내 선전용으로 적극 활용하였고 중국도 사실상 이를 지원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에서의 일정과 행보를 곧바로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 띄우기에 집중했다. 시진핑, 김정은 양 지도자는 전승절 행사 참석과 특급 예우라는 주고받기를 통해 각각 국내 리더십과 체제 강화를 위한 이벤트로 적극 활용하는데 상호 협조한 것이다. 둘째, 북중 양국은 전승절 행사와 정상회담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했음을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과시했다. 그런데 사실 양국은 이미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관계 개선의 움직임이 진행되었다. 2025년 2월 18일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례적으로 평양의 중국 대사관을 방문하여 “조·중 양국 사회주의 건설이 끊임없이 새롭고 더 큰 성취를 거두기를 기대하고, 양국이 교류·협력을 강화해 조·중 관계가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서도록 추동하기를 희망한다” 고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왕야쥔 대사도 “전략적 소통 강화와 실무적 협력 심화” 로 화답하였다. 이후 중국은 공식석상에 일관되게 북한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조해오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대북 관계 개선의 의도를 시사해주고 있다. 즉,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중국에 대한 관세 압박이 거세지고 미국과의 대립이 고조되고 북미 대화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중국 세관총서에 따르면 북중 무역 총액은 올해 1~7월 14억6584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나 증가하는 등 양국간 교류가 이미 활성화되고 있었다. 요컨대 북중관계 회복의 주된 동인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이었고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확인된 것이다. 셋째, 북중 양국은 미국 변수가 관계 회복의 주된 동기라는 점을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양국이 미국 변수를 고려하는 구체적인 내용에는 전략적 동상이몽이 존재하고 있어 신속하고 전면적인 관계 개선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중국과 북한 모두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의 돌발적 언행과 정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중국은 2018년 예상치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과 그에 따른 한반도 현상변경 가능성에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김위원장 역시 결과적으로 ‘하노이 노딜’로 인해 곤경에 처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트럼프 변수라는 공통의 도전에 직면한 동병상련의 입장에 있다. 최소한 양국은 불확실성이 높은 정세에서 전략적 소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관계 복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북중 양국은 단순히 반미 연대를 과시하는 차원 보다는 복잡하고 상이한 전략적 셈법이 있다. 중국은 미국과 대립,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남한을 넘어서 북한에게로까지 영향력을 확장하는데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따라서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다시 중국을 배제한 채 북한과 직접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을 상정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그런 맥락에서 재차 ‘전략적 소통 강화’를 북한에게 우선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북한 역시 자국의 문제를 놓고 미중 양 강대국이 타협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과거 미중 관계가 갈등 상황에 있는 경우에도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론적 입장에 기본적으로 합의했다. 2017년 9월 북한 6차 핵실험 직후 미중 양국은 전격적으로 신속하게 고강도의 제재를 담은 ‘UN 안보리 결의안 2375’를 통과시켰고 이로 인해 북한은 지금까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록 미중간의 타협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해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른 한편, 북한 역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관계 회복은 필요하다. 2018년 이후 연이은 북중 정상회담은 비록 중국이 주도했지만 북한 역시 미국과의 중대한 협상을 앞두고 중국이라는 뒷배를 과시하려는 전략적 고려가 있었다. 요컨대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견인하기 위해서도, 협상 실패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모두 뒷배 역할을 할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 넷째,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을 과시했지만 다른 한편 여전히 중국이 북한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제공하면서 그야말로 전통 우호관계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의 여지가 있다. 북한이 중국에게 지속적으로 기대하고 요청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사실상 핵보유를 인정하고 유엔 제재를 완화하여 대규모의 실질적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김위원장은 “북중이 모든 단계에서 밀접하게 왕래하고, 당의 건설·경제 발전 등의 경험을 교류하고, 조선노동당과 국가의 건설사업 발전을 돕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양국이 호혜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해 더 많은 성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교역 확대, 중국 관광객 유치, 북한 노동자 파견 등 중국과의 교류 협력 관련 이슈를 중점적으로 제기하면서 경제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이 이번 방중단에 경제관료를 대거 포함한 것도 경협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면서 유독 유엔의 가치를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는데 자신이 동의한 유엔 결의안을 훼손해가면서 북한을 지원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중요한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제재 위반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구체적인 협력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북러 밀착을 목도하면서도 북한의 요구를 다 수용하지는 않았다. 역대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북한을 관리하기 위해서 경제지원을 해온 것이 관행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제재국면이 아니었을 때도 북한이 만족할만큼 충분히 경제지원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특히 시진핑 정부 들어서는 북중 정상회담이 정례적으로 진행되는 관행도 사라졌고 그에 따라 북한에 대한 지원도 제한적이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을 향해 어떠한 협상과 압박 카드를 펼칠지 예단하기 어려운 불학실한 상황에서는 북중 양국 모두 섣불리 반미를 공개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해가기는 쉽지 않다. 북중관계 강화가 양국이 최우선시 하는 대미 협상에서 자산이 될지 아니면 오히려 부담이 될지 아직은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양한 기대와 예상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어 북중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들은 더욱 신중할수 밖에 없다. 북한과 중국의 상대에 대한 전략과 정책 역시 상당 부분 대미 관계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북중관계도 그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APEC 회의 계기로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연이어 진행되고 그 결과 한반도와 주변정세에 새로운 기류가 조성되면 이후 북중관계도 영향을 받으면서 또 다른 변화가 진행될수도 있다. 요컨대 북중 양국은 현재 관계 개선의 동기는 있지만 그 저변에는 여전히 동상이몽의 복잡한 전략적 셈법이 깔려있어 신속하고 전면적인 관계 개선은 쉽지 않으며 미중 관계 등 주요 변수의 상황 변화에 연동되어 외형적인 관계는 유동성을 보일수 있다. 4.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변화된 입장 북중 정상 회담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 대신 ‘안정’을 강조했다. 시주석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일관되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북한과의 조율을 강화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며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계속 협력을 강화해 양측이 공유하는 근본적인 이익을 지켜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공식 회담에서 북핵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핵에 대한 입장이 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의 입장 변화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2022년 발리 미중 정상회담에서 부터이다. 중국은 회담이후 외교부 발표문에 지난 30여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강조해왔던 ‘한반도 3원칙’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고 이후 미국, 한국과의 논의에서도 북핵 문제는 회피하거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전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신호도 발견된다.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에 객관적, 정당한 입장을 견지한다고 하고 김 위원장이 이를 존중한다고 응답했다는 기존의 북중회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화법이 등장했다. 얼핏 보기에는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사실상 북한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작 이 내용이 중국측 발표문에만 있고 북한측 발표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아 실제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오히려 중국이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핵문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만을 지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사실상 승인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북핵 문제에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구태여 입장을 밝힐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핵에 대해 미국은 바이든 정부에서 부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고 현재 트럼프 정부의 입장과 태도도 불활실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중국 역시 미국의 태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관망하는 모호한 회피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단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내심 북한의 핵보유 주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경우 초래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북한 핵보유 인정은 결국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전술핵의 재배치 또는 한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개발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되고 결과적으로 중국 동북, 화북, 북경, 천진 등 주요지역에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정치적 해결'의 이면에는 사실상 미국 책임론을 내재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24년 5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발표하여 사실상 한반도 긴장의 책임이 미국과 한국에게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5년 5월 시진핑-푸틴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나 비핵화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에 대한 압박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요컨대 중국은 한반도 안보 불안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지만 정작 북핵문제 해결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상황을 관리하고자 한다. 5. APEC의 시간, 한국의 전략과 대비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중러 삼국 관계의 동향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 없으며 따라서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북중러 연대에 대한 경계와 우려가 한국내 일각에서 과대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북중러 연대가 현실화되고, 한미일을 직접 겨냥하고, 중국이 반미, 반서방 연대를 추동할 것이라는 분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진영 대결 구도로 해석하는 것은 명료하지만 과도한 단순화와 그로 인한 정교하고 다양한 전략 수립의 기회를 놓치게 될 우려가 있다. 중국이 실제로는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다양한 변수를 상정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그 흐름에서 전승절 행사도 진행했을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을 반미, 반서방 그리고 냉전 구도로 단순 치환해 버리면 그에 대한 대응도 한미일 협력 강화라는 단선적 대응으로 몰려갈 우려가 없지 않다. 중국이 전승절이라는 특별한 행사를 계기로 첨단무기를 과시하고 북중러 정상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서 위세를 떨쳤다고 해서 중국의 대외 전략이 반미, 반서방 일변도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의 공세와 압박에 직면하여 북중러 연대를 넘어서 전방위 외교를 전개하고, 특히 경제협력 대상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한 신흥경제권, 글로벌 사우스를 향한 외교에 적극적이고 유럽을 향해서도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과 대립하면서 협상에도 치밀하게 대비하고 있다. 북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은 것은 향후 전승절 행사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국가들간에 일련의 긴밀한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전승절 이후 APEC 정상회의가 시작되면 다시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치열한 협상과 외교전의 시간이 도래하면서 그간의 온갖 예상과 기대가 현실로 확인되기도 하고 새로운 불확실한 상황이 재개될 수도 있다. 요컨대 이제는 APEC 정상회의가 가져다줄 새로운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일단 북중러 연대가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중관계가 회복되고 김정은 위원장이 비록 중국이 주최한 국내 행사이기는 하지만 다자무대에 등장한 것은 향후 북한이 무모한 도발만을 이어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편, 대화의 모멘텀이 조성될 수 있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도 북중러 연대 강화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협상 등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교하고 창의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수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될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비도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무엇보다 우선 중국의 이러한 일련의 태도 변화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에 대해 어떤 대응을 강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미칠 파장에 대해 중국과 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중 양국이 북한 관련 문제에서 지니고 있는 근원적 공감대, 즉 북한 도발이 초래할 한반도 불안정의 예방과 억지, 그리고 북한 체제 안정화와 관련된 정보 교류와 조치 등에서 소통과 협력을 증진하는데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국이 주장하는 북핵문제에서의 ‘건설적 역할’은 무엇이며 그것이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역할에 부합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도 중요하다. 아울러 중국과 북한이 북핵 승인과 유엔 제재의 완화라는 장애물을 무리해서 구태여 돌파하기 보다는 양국간의 긴밀한 소통과 경제협력을 진행하여 북핵에 대한 양국간의 전략적 이해를 강화하고 제재의 공식적 완화 없는 사실상의 완화 효과를 얻는 현실적인 방법으로의 타협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 갈 가능성도 있다. 북중 양국이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점진적으로 북핵을 인정하고 제재도 완화되어 가는 경우에 한국은 어떻게 이 문제에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대비도 중요하다. ■ ■ 이동률 _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 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
[국내] [Global NK 논평] 한미동맹 현대화: 전시작전권 전환과 남북관계의 전환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은 기존 미국 동맹정책의 기조를 흔들고 있다. 트럼프는 MAGA 대통령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며 두 번이나 당선되었다. 그 방법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국제질서에서 유엔과 다자주의 무용론으로 나타난다. 동맹정책에서는 기존의 호혜관계 대신 관세 부과와 미군주둔비 증액 등 책임 전가와 각자도생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동맹 포함, 모든 관계는 트럼프가 주도하는 양자 간의 거래로 정의된다. 트럼프와의 거래에서 승자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트럼프와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얻어야 한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독일을 포함한 NATO 회원국들의 국방비를 GDP의 2% 수준으로 올리라고 압박했다. 당시 독일의 미온적인 반응에 대해 트럼프는 독일 주둔 미군을 철수해 폴란드로 이전하겠다고 협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이 지난 2024년 다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미국의 NATO 탈퇴를 우려한 유럽 정상들은 2025년 6월 NATO 정상회담에서 2035년까지 DP의 5% 수준까지 국방비를 증액키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방위분담금 인상은 물론 국방비 증가와 미국산 무기 도입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미 국방부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약 28,500명 중 약 4,500명을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2025년 8월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가 과연 어떤 안보 청구서를 내밀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 군사 장비의 큰 주요 구매국"이라면서 한국의 무기 구매 확대를 언급했다.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묻는 기자 질문에는 감축 대신 미군 주둔지 땅의 소유권을 미국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는 임대 형식의 독일과 일본 사례와 달리 미군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한국 상황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됐건 주한미군 땅을 소유하고 싶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최소한 미국이 쉽게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은 속내를 드러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방위비용 논란은 없었지만, 정작 중요한 주한미군 문제는 이 대통령의 방미를 전후하여 제기된 ‘한미동맹의 현대화’이다. 관련하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앨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한국이 대북억제와 한반도방위를 책임지고 주한미군은 대중국 견제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맹에 비용전가를 원하는 트럼프와 대중국 견제를 원하는 미국방부의 전략적 이해가 합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주한미군의 주력 임무가 ‘대북 억제’에서 ‘대만 등 한반도 인근 지역 관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한미동맹의 임무를 북한 억지에서 중국 억제로 확장시키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 증대, 전시작전권 전환, 주일미군과의 연계 강화 등을 수반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현 정부는 이러한 복합적 문제의 장기적 해결책으로 전시작전권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노태우 정부 때 논의가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 이후 본격 추진되었다. 그 사이 북핵 고도화와 한반도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보수 진보 정부를 오가며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아직 한국군이 독자적 작전을 수행할 능력과 안보 환경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급변하는 한미동맹과 동북아 지정학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한국의 방위책임 확대는 한미동맹의 시대적 과업이 되었다. 한국군의 역할 확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요구는 실제 점점 강화되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후통첩은 시간문제이다. 둘째, 세계 5위의 군사 대국으로 인정받는 한국이 한국방위를 책임지는 것은 제삼자가 보기에도 당연해 보인다. 셋째, 전작권 전환을 위한 우리 군의 국방비 증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예산 증가 요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비용은 지금보다 많게는 두 배의 예산을 쓰라는 미국의 요구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면서 우리에게는 필수적인 장기투자의 이중 효과를 가진다. 넷째, 전작권 전환을 통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 감소는 대중국, 대미 안보 협상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강화 시킬 것이다. 중국 관련 주한미군의 역할을 최소화하거나 한국의 독자적 안보 정책을 중국에 내세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지난 80년간 미국의 지도력하에 수립된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의 전도사이던 미국이 패권주의와 보호무역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 세계를 협박하고 있다. 한미동맹과 세계 무역을 기반으로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룬 한국도 이제 매우 다른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경제력,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다. 동시에 변화하는 미국의 모습과 한국의 역할에도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얼마 전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이 단순히 두 대통령의 첫 만남을 넘어 21세기 한미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재미동포 간담회에서 “72년 한미 동맹의 새 길을 여는 중요한 여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동맹으로 시작된 한미 관계는 이제 경제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을 아우르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그 시발점은 새로운 한국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자각이다. 미중에 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기술 경제와 5위의 군사력을 가진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 21세기 미중 전략 경쟁에서 한국이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커진 현실도 자각해야 한다.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군사전략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은 미중의 AI 경쟁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AI 경쟁의 또 다른 축인 에너지원 확보에서 한국의 원전 건설과 소형원전 기술 역시 미국이 필요한 능력이다. 자동차, 배터리, 화학, 항공 등 제조업 분야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미국 내 일자리와 차세대 산업 발전에 중요하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 조선업에 구원 요청을 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현대화 요구로 한국은 대북억제 공백 방지, 국방 주권 확보, 미·중 경쟁 속 외교 균형 유지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단기적으로 전략적 유연성의 범위와 조건을 협의하고, 중장기적으로 첨단 군사능력 강화와 다자 안보협력 확대가 요구된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21세기 한미동맹 현대화에 변곡점이 될 것이다. 한국전쟁 이래 한국은 1990년대 평시작전권 전환을 통해 자주국방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이후 한국의 재래식 전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탱크, 자주포, 군함과 잠수함,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여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전쟁의 눈과 귀가 되는 감시와 정찰, 정보 능력은 미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트럼프의 압박에 의한 한국의 국방예산 증액은 정밀타격·C4ISR정보자산·사이버·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이러한 능력을 보완하여 명실상부한 자주국방의 마지막 단추를 끼우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장기적 남북 관계와 대북 협상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한국군을 미국의 하수인이라며 한반도 안보문제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대화하는 통미봉남 정책을 펼쳐왔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 불가’를 못박고 남북관계 단절을 재차 천명하였다. 김정은의 연설은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한미 양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기선제압의 의미를 가진다. 또한 남북 ‘적대적 두 국가’가 단순한 수사가 아닌 한반도 두 체제 분단 구도와 상황을 영구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전환은 북한이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을 더는 무시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한반도의 군사 작전을 주도할 군사강국 한국과 핵 및 군비통제 등의 주요안보 현안을 놓고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의 날 연설에서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자주국방은 필연이라 말했다. 북한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와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춘 군사 강국으로서 강력한 자주국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하여 대한민국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의 평화구축에서도 한국이 주도적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이익이자 국가이익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의 근간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만을 바라보는 외교는 더는 유용하지 않다. 싱가포르의 리센룽 전 총리는 세계 무역 질서에서 미국이 사라진 World Minus One인 세계에서도 여전히 나머지 국가들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입각한 교역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안보 질서에서도 이제 미국의 일방적인 도움을 바랄 수 없게 되었다.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의 두 축을 더욱 튼튼하게 재구성하는 한미동맹 현대화를 기대해본다. ■ ■ 신성호 _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 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
[국내] [Global NK 논평] 3단계 비핵화론과 END 구상: 한국 정부 비핵화 접근법의 쟁점과 한계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서론 [1] 이 글은 2025년 하반기 한‧미 대북정책 환경에서 제기된 비핵화 단계론과 ‘END(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 구상’의 개념적 모호성이 정책 일관성과 억제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8개월, 이재명 정부 출범 4개월이 경과했음에도 양국의 공식 대북·비핵화 전략 문서가 부재한 가운데, 정상 발언과 인터뷰, 국내외 연설 등 단편적 메시지가 정책을 대체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남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전환하고,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및 2025년 김여정 담화, 김정은 연설 등을 통해 대화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노선을 반복 확인하였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중단–축소–폐기’ 등 선언적 단계 구분이 실제 억제와 협상 동학을 견인할 수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본고의 핵심 질문은 세 가지다. 첫째, 한국 정부가 제시해온 ‘동결–축소–폐기’와 ‘중단–군축–완전한 비핵화’ 간 용어·개념 차이가 정책 선택과 상호검증 체계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를 판단한다. 둘째, 미국의 다층 미사일 방어와 확장억제 제도화(NCG), 그리고 행정명령 14186(‘The Iron Dome for America’, 이른바 ‘골든돔’)로 상징되는 본토 방어 강화가 한국 안보 딜레마, 특히 KN-23 등 단‧중거리 핵전력의 직접 위협과 어떻게 비대칭적으로 맞물리는가를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시험한 전술체계의 실전화 징후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중단(stop)’을 보상과 결부하는 접근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고착과 검증 공백을 초래할 위험은 없는가를 검토한다. 이를 위해 한국 대통령 발언, 유엔총회 연설, 인터뷰와 대통령실 자료 등을 활용한다. 미국의 행정명령·국방 관련 공개자료·의회조사국(CRS) 보고서 등도 참고한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노동당 문서 및 조선중앙통신 담화 등 공식 문헌과 1차 보도를 비교‧분석하였다. 위협환경과 정책 맥락 현 상황은 한국 정부의 명확한 원칙과 한미가 공조된 전략보다는 개별적 발언과 분절된 원칙 등이 정리되지 않고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한국 정부의 북한 핵에 대한 인식이 한국에 부과하는 위협보다는 미국 본토에 맞춰진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모두발언에서 지난 8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소개했다. [2] 이 대통령은 세 가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첫째,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거의 완료했다는 것이다. 이 의미는 미국이 당장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본토가 위협에 처할 수 있으므로 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둘째, 북한이 매년 15개에서 20개 정도의 핵폭탄을 계속 생산하고, 수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또한 북한을 말리지 않으면 미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테러세력에 핵확산 위협이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셋째, 그러므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생산 능력을 중단(stop)시키는 것만 해도 “상당한 안보적 이익이 있다”고 강변했다. 트럼프만이 북한을 중단시킬 역량과 의지가 있으므로 빨리 북한과 협상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한반도 안보에 심대한, 그리고 실존적인 북한의 대한국 핵 위협이 빠졌다. 여전히 미지수인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능력만 강조되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강조는 미북대화를 위해 트럼프를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지만, 부족함이 있다. 북한의 미국 타격 능력이 마지막 개발 단계에 와 있다 하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핵 능력 강화와 공격적인 핵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월 27일 ‘미국을 위한 아이언돔’(The Iron Dome for America)” 행정명령 14186에 서명한 바 있고 후에 트럼프에 의해 "골든돔"(Golden Dome)으로 개명된 바 있다. [3] (1)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배치 및 유지, (2) 모든 외국의 본토 공중 공격에 대한 억제 및 방어, (3) 안전한 2차 타격 능력 보장 등의 세가지 정책 방향이 제시되었다. 이를 위해 미국은 탄도, 극초음속, 첨단 순항미사일 및 차세대 공중 공격 방어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극초음속 및 탄도미사일 추적 우주 센서층 배치를 가속화하고 부스트 단계에서 요격 가능한 우주 기반 요격체를 개발하여 배치한다. 또한, 적국의 대가치 공격(도시 등 민간 목표)을 막는 말단 단계 요격 능력도 배양하고, 발사 전 및 부스트 단계에서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하는 능력도 확충한다. 실현 가능성 차원에서 논란이 있지만, 미국이 우주·지상·발사 초기 등 여러 단계에서 미사일을 막는 ‘다층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국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미국의 첨단 방어 능력 향상은 북한이 아직 완성했는지 확실치도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응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난 9월 24일 한국 합참의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ICBM의 “탄두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한 바 있다. [4] 월등한 방어 능력과 막강한 공격 능력을 겸비하여 사실상 안전하다고 봐도 무방한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북한 위협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2019년 5월 미북 협상이 한참 진행되고, 한국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선전하던 그 시기 북한은 KN-23이란 사거리 690km로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저위력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최초로 시험 발사했다. 이후 개발을 지속하여 2025년 5월 미 의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이 미사일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충분히 시험한 상태로 실전 배치하여 한국을 공격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 [5] 그렇다면, 한국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만남에서 미 본토에 대한 위협보다는 한국에 부과되는 북한 핵의 실존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된 ‘핵협의 그룹’(NCG)를 통한 확장억제 제도화가 원래 계획대로 이루어지도록 요청하고, 특히 대한반도 안보공약이 나왔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공식 문건으로 북한의 핵 사용은 정권의 종말이라는 공약을 수시로 제시한 바 있다. 비핵화 단계론과 북한의 입장 한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비핵화 3단계 접근법도 각각의 원칙이 보다 자세하게 설명될 필요가 있다. 사용하는 용어가 수차례 바뀐 바 있다. 최초에는 동결(freeze), 축소, 폐기였지만, [6] 이 대통령의 타임지 인터뷰에서는 중단(stop), 군축(disarmament),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였다가 [7] 9월 23일(현지시간) 유엔연설 표현은 중단(stop), 축소(reduction), 폐기(dismantlement)였다. [8]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에 따르면 초기에는 동결로 썼다가 “중단이 더 정확한 표현”이므로 이를 채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간 북한과 체결했던 합의, 예를들어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동결로 썼다. 비핵화 과정 단계에서 사용되는 개념은 중단이 아니고 동결이다. 동결은 대상을 특정하고 이행 여부까지 확인하는 공식 절차지만 중단은 모호한 개념이다. 생산만 멈추는 것인지, 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말만 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이런 개념적 차이는 비확산·비핵화 문건이나 분석 논문에서 “동결 및 검증(freeze and verify)”이라는 조어로 자주 쓰이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유엔 산하 기관인 유엔 군축연구소(United Nations Institute for Disarmament Research, UNIDIR)의 보고서는 동결(freeze)을 “모든 핵물질 생산 활동(suspension of all nuclear material production activities)”을 멈추는 것을 포함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은폐나 전환(diversion)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추적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9] 동결은 단순한 선언적 중단과 달리, 핵물질 생산, 가공, 재처리 등을 멈추는 조치를 아우르고, 그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 검증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타임지 인터뷰에서 중단한다면 북한에 보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0] 중단의 구체적 정의 없이 결국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를 의미하는 보상이 강조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비핵화 협상 초기에 북한은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이 되고, 그간의 경험상 이후 상황은 진전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 이행은 항상 검증에 북한이 제대로 응하지 않아서 결렬되었다. 더욱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약 40분간 “대미, 대한관계의 현주소와 양립성질, 대외활동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입장에 대하여 분명히” 밝힌바 있다. [11] 한국이 제시한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 “현 집권자의 이른바 《중단-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비핵화론》 역시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베껴온 복사판”이라면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 정부가 제시한 대북정책 구상도 설명이 필요하다.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어 단어 첫 알파벳을 딴 END 구상은 위성락 실장의 부인에도 우선순위와 선후관계가 있어 보인다. 우선 교류가 되어야 관계 정상화가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 후에 비핵화가 위치해 있다. 또한, 위실장이 END 구상을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에서도 강조된 원칙”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렇다면 더욱이 이는 우선순위가 있다는 의미이다. 싱가포르 합의는 (1)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2)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체제, (3) 한반도 비핵화가 핵심 내용이다. 합의 체결 이후 당시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여 비핵화를 요구하자 북한은 7월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싱가포르 합의는 순서가 있는 것인데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12] 한국이 부인해도 북한은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비핵화가 강조되지 않거나, 아예 빠져야 북한이 그나마 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비핵화의 비중이 현저히 낮아서 한국 안보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정책 제언과 결론 보다 현실적인 판단은 최소 당분간 북한이 한국을 상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연설과 김여정의 담화가 이를 확증한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23년 12월 8기 9차 전원회의를 통해 대남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선포한 노선을 확정했다. [13] 북한 체제가 아무리 유일영도 수령체제라고 하더라도 국가전략인 노선의 변경은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은 노선 전환의 의사가 없음을 강조한다. 김정은은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더불어 한국 정부를 향해서 “현실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한국의 태생적 야망은 변한적이 없고 또 절대로 변할 수도 없으며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있다고 강변했다. 정확히 같은 표현을 쓴 연설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바 있고, [14] 김여정도 같은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15] 한국 정부의 성격과 상관없이 ‘상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한국이 아래와 같은 조치를 취하면 개별 국가로서의 관계를 맺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우선, 모든 종류의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미국이 포함된 모든 훈련을 빠짐없이 지적하며 비난했다. 김정은과 김여정의 연설과 담화도 연합훈련을 “전쟁광란”이라면서 결국 영구 중단하라는 메시지로 이해된다. [16] 둘째, 한국의 헌법을 개정하여 북한에 적대 조항을 없애라고 요구한다. 김정은의 연설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을 소환하며 “1948년 7월에 조작 공포한 첫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의 령토는 조선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문구를 쪼아 박음으로써 우리 국가에 가장 적대적인 태생적 본성을 성문화”했다고 비난한다. [17] 북한이 헌법에 유사한 조항을 포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북한 헌법의 위치와 한국의 헌법의 위상은 비견할 수 없이 후자가 높으므로 결국 한국이 헌법을 개정하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최종 수용하라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참고로 북한의 헌법은 그 위에 노동당 규약, 그 상위에 수령의 교시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동맹 해체도 요구한다. 김정은은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면서 한국을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로 규정한다. [18] 통일 논의를 포함하여 북한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 원한다면 미국과 결별하라는 메시지이다. 세 조건 모두를 한국이 수용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것을 북한도 알고 있으므로, 이를 명분으로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현재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정확한 원칙을 공식적으로 완성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아직 출범한 지 4개월이 안 되었으므로 핵심 정책을 공식화하는 것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원칙과 개념을 조각조각 밝히는 것보다는 통합된 대북, 통일, 비핵화 정책을 조속히 마련하여 국민에게 설명하고 대외에 공포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공조가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공식 대북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북한 핵 문제가 한국에 우선되는 실존적 위협임에도 비핵화 협상 주체가 미국이므로 한국은 조속히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여 대북 및 비핵화 정책을 일치시켜야 한다. 한국이 주장하는 3단계에 미국이 다른 의견을 갖는다면 한국의 공신력은 떨어진다.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는 북한이므로 어쩔 수 없이 미국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만큼 한미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구체적으로 혼용되어 온 비핵화 3단계론 용어를 검증 가능성·구속력·보상 연계의 관점에서 재정의해 정책 번역의 오차를 최소화해야 한다. ‘미 본토 중심 억제’와 ‘한국 직면 위협’ 간 위협 인식의 비대칭을 드러내고, 그 간극을 메우는 확장억제의 실무적 방침, 예를 들어 금지선(redline) 명료화, 가시적 연합전력 태세, 위기 시 신속 협의 절차 등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북한의 대남 비협조 노선 고착 하에서도 협상은 수단, 억제는 목표라는 원칙 아래 ‘동결과 검증’을 초기 단계 기준으로 제시해, 향후 한‧미 공조 프레임과 대북 메시지의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본고는 한국 정부의 ‘3단계 비핵화론’과 ‘END 구상’이 선언적 구조는 갖추었으나 개념의 명료성(‘중단’ 대비 ‘동결·검증’), 위협 인식의 초점(미 본토 중심 대비 한국 직면 위협), 실행 메커니즘(확장억제의 제도화·가시화)에서 구조적 보완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대남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협상 전제를 흔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전술체계 실전화 징후와 KN-23 등 단·중거리 위협은 한국 안보에 직접적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한국은 정책 어휘를 ‘동결–검증(freeze & verify)’으로 표준화하고, 금지선의 문서화·연합전력의 상시 가시화·위기시 신속협의 절차를 포함한 확장억제 운용지침을 한미 간에 더욱 제도화해야 한다. 대북 메시지는 협상은 수단, 억제는 목표라는 원칙 아래 단계 설계를 재구성하되, 보상은 검증과 역진방지 장치와 연동될 때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의 정합성과 동맹의 실효성이 결합될 때에만, ‘END’의 수사는 실제 위험을 낮추는 전략으로 전화(轉化)될 수 있다. ■ [1] 본고는 저자의 「말의 성찬을 넘어, 북한 핵과 한국 안보의 현실」(『중앙일보』 페스펙티브, 2025년 9월 20일자)을 확장·심화한 것이다. [2] 대한민국 정부, “이 대통령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노력 강조하며 뉴욕증권거래소 방문” 보도자료, 2025년 9월 25일. [3] Executive Order 14186, “The Iron Dome for America,” Federal Register 90 FR 8767 (February 3, 2025), signed January 27, 2025. [4] 합동참모의장후보자(진영승) 인사청문요청안(대통령),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국방위원회 상정 자료) [5]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and Missile Programs," May 23, 2025, https://www.congress.gov/crs_external_products/IF/PDF/IF10472/IF10472.39.pdf [6] 대한민국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 요미우리신문 인터뷰," 2025년 8월 19일. [7] Time Magazine, "President Lee Jae-Myung's Plan to Reboot South Korea," September 17, 2025, https://time.com/7317953/south-korea-president-lee-jae-myung-cover/ [8] Korea Times, "S. Korean President Lee Jae Myung's UN General Assembly Address," September 23, 2025, https://www.koreatimes.co.kr/foreignaffairs/20250924/full-text-s-korean-president-lee-jae-myungs-un-general-assembly-address. [9] Pavel Podvig, "Freeze and Verify: Ending Fissile Material Production on the Korean Peninsula," United Nations Institute for Disarmament Research (UNIDIR), Geneva, Switzerland, 2020, p. 9, https://unidir.org/wp-content/uploads/2023/05/FreezeandVerify.pdf. [10]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As our short-term goal, we should stop their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And we might be able to compensate them for some of these measures and afterwards then pursue disarmament and then complete denuclearization.” [1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년 9월 22일. [12] 북한 외무성 대변인, “조미고위급회담 이후의 입장에 대한 담화,” 조선중앙통신, 2018년 7월 7일. [13] 조선중앙통신, “조선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보도,” 2023년 12월 30일. [14] 조선중앙통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 보도,” 2024년 1월 16일. [15]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조선중앙통신, 2025년 7월 28일. [1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년 9월 22일. [17]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년 9월 22일. [18]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년 9월 22일. ■ 박원곤 _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 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
[국내] [Global NK 논평] 미국 해양패권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한미 조선협력과 대북 정책을 둘러싼 미국 의회의 역할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한미조선협력과 마스가(MASGA): 포괄적 한미동맹의 첫 걸음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용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협상 과정 가운데 한국 대표단의 고심 끝에 나온 용어이다. 한미조선협력에 대한 아이디어와 제언은 사실 관세협상 이전부터 이미 많이 제기되어왔다. 오히려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되었던 빈도 수에 비해 실질적인 한미조선협력의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미 작년 2월 바이든 행정부의 해군부 장관 카를로스 델 토로 (Carlos Del Toro)는 HD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하였고 한국 조선소의 생산시설과 함정 건조 역량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국내 조선업은 쇠락하였지만,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조선협력은 필수적이다. 세계적인 조선업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북핵 문제와 중국과의 관계를 포함한 많은 외교 현안에서 미국과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국에게도 한미조선협력은 서로가 흔쾌히 주고 받을 수 있는 포괄적 한미동맹의 중요한 첫 걸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한미조선협력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이 미국의 국내정치적, 법적 장애물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려는 주도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해군력 증강 및 조선 관련 법안들과 한미조선협력의 법적제약 최근 미국 의회에서 다소 고무적인 법안의 초당적 발의가 이뤄진 바 있다. 지난 8월 1일 하와이의 에드 케이스(Ed Case) 민주당 의원과 괌의 제임스 모일런(James Moylan) 공화당 의원이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Merchant Marine Allies Partnership Act)을 함께 발의한 것이다. 이 법안은 미국 선박이 한국, 일본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 선박 개조 시 50%의 수입 관세를 면제하고 동맹국 제조 선박의 미 연안 운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에 의하면, 미 연안을 항해하는 모든 선박들은 미국인에 의해 건조, 소유, 운행되어야 하는데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은 동맹국과의 조선협력을 위해 동맹국들에 대해서 이 규제들을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 법안은 하원의 교통 및 인프라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 존스법에 더해 동맹국의 조선업 협력의 법적인 제약으로 작용하는 법은 번스-톨레프슨법(Byrnes-Tollesfson Act)이다.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은 미 해군이 직접 외국 조선소와 해군 선박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하청업체나 하도급업체를 통한 계약 또한 금지한다. 대통령의 면제권(waiver)을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전시와 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면제권을 대통령이 작동할 만한 상황은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번스-톨레프슨 법은 건조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 정비 (MRO: Maintenance, Repair, Overhaul) 또한 해외에서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미국 또는 괌을 모항으로 하는 해군 함정은 미국 또는 괌 외부의 조선소에서 유지, 보수, 정비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연안전투함(LCS: Littoral Combat Ship)의 경우나 항해 중 수리의 경우, 그리고 적대적 행위 또는 개입으로 인해 발생한 파손의 수리일 경우에는 외부의 조선소에서 수리될 수 있도록 예외가 적용되는 범위를 정해 놓았다. 2024년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296척의 미 함정 중 40척만이 미국이 아닌 해외의 기지를 모항으로 하고 연안 전투함은 총 22척에 불과하다. 따라서 번스-톨레프슨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특히 일본의 요코스카 해군기지와 사세보 기지와 같이 미 함정들의 모항을 보유하지 못한 한국의 경우는 한미조선업 협력이 현실화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요코스카와 사세보를 모항으로 삼는 미 함정들이 있기 때문에 이 함정들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를 담당하고 있다. 2024년 11월 한화오션에서 수주하여 시행한 2건의 MRO 사업도 미국이나 괌을 모항으로 하지 않는 미7함대에서 발주한 사업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방위사업청의 강환석 차장은 지난 8월 6-7일 워싱턴을 방문해 미 해군부 제이슨 포터 연구개발획득차관보를 만나 미 함정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규정한 번스-톨레프슨 법 개정의 규제 완화 필요성을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강 차장은 법적 현황을 감안해 한국의 조선사가 함정을 건조하거나, 블록 모듈 형태로 생산 및 납품한 후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 등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법안들이 발의 단계에서는 많은 언론의 보도를 타지만, 발의는 입법의 시작 단계일 뿐 발의 이후에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거나, 회부되어도 계류되거나 상하원의 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런 실질적인 변화를 도출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의 해군력 증강과 한미조선협력의 실질적 변화에 있어서 의회의 역할이 상당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사실 미 함정의 동맹국 건조를 위한 번스-톨레프슨 법안을 개정하는 법안(Ensuring Naval Readiness Act: ENA Act)은 2024년 6월에도 발의된 바 있었다. 그러나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2025년 2월에 재발의 되어 현재는 상원국방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4월 행정명령과 연동되는 법안인 미국 함정 건설, 항만 인프라 번영, 안보 법안 (the SHIPS Act: the Shipbuilding and Harbor Infrastructure for Prosperity and Security for America Act) 또한 상원과 하원에 각각 관련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지만 심의(hearing) 일정은 잡혀져 있지 않다. 지난 6월에 발의되어 외국 선박의 미 연안 운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미국 수역 법안 (the Open America’s Waters Act) 또한 같은 상황에 놓여져 있다. 전술한 4개의 법안 중 가장 진전이 있어 보이는 법안은 가장 최근에 발의된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 법이지만, 이 또한 상황에 따라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계류되지 않거나 하원이나 상원의 투표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해양조치계획 추진 동력 약화 해양패권국은 전략수준의 해양세력전이가 벌어질 때 역사적으로 해군력 증강을 위해 국내적인 자원추출능력을 극대화하거나 다른 전역에 배치된 함정을 세력전이가 발생하고 있는 전역으로 이동시키는 모습을 보여왔다.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적해양세력전이가 진행중인 가운데, 지난 4월 “해양지배권 회복(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이라고 명명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정명령과 그 안에 담긴 해양조치계획(Maritime Action Plan)은 전형적인 전자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무부, 전쟁부, 상무부, 노동부, 교통부, 무역대표부, 본토방위부가 망라되어 총동원되는 이 해양조치계획의 제출기한이 벌써 2개월 이내로 다가온 반면,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최근 해양조치계획을 담당하는 백악관과 해양사무국의 주요 인력들이 행정부를 떠나갔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가안보실의 해양 및 산업역량 수석비서관을 맡고 있던 이언 베닛(Ian Bennitt)은 지난 7월말 트럼프행정부를 떠났다. 국가안보실 비서실장(National Security Council Chief of Staff) 브라이언 맥콜맥(Brian McCormack)의 사임에 더해 베닛의 사임은 총 7명의 해양사무국(the maritime office) 참모 중 5명이 7월에 사임한 이후의 추가적인 인력 손실이다. 7월의 이 같은 인력의 이동은 4월 행정명령과 해양조치계획 실행의 추진력이 행정부 차원에서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케한다. 2개월 후 해양조치계획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섣부른 예단은 피해야겠지만, 우선 4월에 비해 행정부의 행정명령 실행 동력이 일부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해양패권국의 자원추출능력의 증진에 행정부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은 입법부이다. 19세기말 프랑스와 러시아와의 동맹이 지중해에서의 영국의 해군력우위에 도전을 가하자, 영국 의회는 스펜서 프로그램 (the Spencer Program of 1893)과 함께 해군 예산에 편성되어 있지 않은 함정 건조와 연안시설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법안 (Naval Works Act of 1895, Naval Works Bill of 1896)을 통과시킨 바 있다. 1930년대 미국 의회 또한 1934년부터 연속적인 함정 건조 법안을 통과시켜 일본에 의한 해양세력전이를 방지하였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해양조치계획을 추진하는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와 함께 현재 미국 의회가 해양 및 선박건조 관련 법안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으로 힘을 더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국의 해군력 증강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한국이 함정 건조나 유지, 보수, 정비와 같은 조선업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동맹국의 조선업 분야에 대한 법적인 제약이 의회를 통해 제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부와 의회에 대한 동시관여와 북한에 대한 접근 트럼프 행정부의 해양조치계획이 성공하려면 의회에서 발의된 해군력 증강, 조선업 투자, 동맹과의 조선 및 MRO 협력과 관련한 법안들이 동시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 그 때 미국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의해 발생하는 양적해양세력전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미뤄볼 때, 행정부와 입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함정 건조와 조선업 재건의 진전이 잘 이루어질지, 그리고 만약 진전이 있다면 언제쯤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한 필요성은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일정부분 공유되고 있지만 다른 국내정치적인 요인들이 현행법 개정과 입법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최대의 노동조합인 미국노동총연맹 산업별조합회의(the American Federation of Labor and 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 metalworkers division)의 철강노동지부(metalworkers division)는 동맹국 조선소를 이용하는 법안을 바이든 행정부 시기부터 반대해왔다. 철강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직업적 안정성을 해친 다는 이유로 최대 노조의 조직력에 기반한 반대 및 로비를 할 경우, 정치인들은 이 같은 압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조선업계의 당사자들은 미국의 전투함정건조에 대한 외주를 주는 방안을 미 조선업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그들은 현행 법 개정과 새로운 입법을 반대하는 동시에 미국 조선업 인프라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반대는 미 조선업계가 함정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2020년의 경우 미 조선업계가 인도한 총 선박 중 미국 정부기관에 공급된 비율은 3% 미만이었지만, 대형 심해 선박 15척 중 14척은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에 인도되었다. 미 조선업계는 함정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아직 강한 보호주의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 조선소에서 전투 함정을 건조할 때 무기체계에 대한 정보나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국가안보적 고려가 추가될 경우, 외국 조선소에서의 함정 건조에 대한 반대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의 조선소 노동자들이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조선소에 고용되어 일했다는 사실도 우려를 증폭시킨다고 보기도 한다. 지난 100년 동안 존스법을 폐지하기 위한 시도들이 좌절되었다는 사실은 미국 내 조선업계와 노조 로비의 영향력이 강력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러한 미국의 국내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이 관세협상 과정에서 레버리지로 제시했던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의에 더해 미국 의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 및 로비를 펼칠 필요가 있다. 언급했던 방사청과 미 해군부 간의 지난 8월 6-7일의 협의는 한미 행정부 간의 협의라고 볼 수 있다. 한미 행정부 간의 협력 또한 최근 지연되고 있는 관세협정의 여파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행정명령과 해양조치계획이 이미 공표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과의 해군력 격차에 대한 우려와 위협 인식이 강화될수록 조선업현대화와 신속한 함정 건조에 대한 요구는 힘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같은 정치적 모멘텀이 미국에서 상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행정부를 넘어 의회와 기업 및 민간 차원의 미국 의회에 대한 동시 관여를 펼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국회와 기업, 그리고 민간 차원에서 함께 대미 의회 로비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미국의 행정부 뿐 아니라 의회에 대한 관여 노력을 기울일 때, 한미조선업협력의 정치적 기반이 마련되고 미국의 국내법 수준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의회에 대한 한국의 다각적인 관여 노력은 우선 미국의 해군력 증강과 관련한 한미조선업협력을 위해 필요하다. 나아가 한국의 의회 관여는 북한과 얽혀있는 비확산, 평화체제, 그리고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이라는 현안에 대한 한미간의 의견차를 좁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데에도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7월 11일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과시키고 “한반도에서 미군 감축 혹은 연합사령부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국방장관이 이러한 조치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의회를 통해 인증받기전에는 금지된다는 조항을 적시하였다. 1년 마다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따라 매년 새롭게 제정되는 법안이지만, 주한미군 규모에 대해 미 의회 또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미 의회가 한국이 장기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주한미군 규모와 역할 문제에 접근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북한 문제에 대한 장기적 목표를 조정해나가야 한다. 비핵화에 대해서 보다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미 의회와의 협의 체계를 잘 구축하는 것은 한미공조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공동의 장기비전위에 세워지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 행정부와 의회에 대한 동시 관여 정책의 출발은 미 해군력 증강과 한미조선업협력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미 의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는 대북정책에 있어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장기적 비전을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 오인환 _EAI 수석연구원; 서울대학교 강사. ■ 담당 및 편집: 오인환 _EAI 수석연구원; 정종혁 _국립외교원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2) | ihoh@eai.or.kr
최신동향
북한동향 관련 정보를 제공합니다.
분야별 동향
링크이동주간 키워드
전문자료
북한관련 영상, 이미지 및
전문자료 정보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