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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2016년 이후 가장 빠른 북한의 경제 성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8월 말에 발표된 한국 중앙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2024년에 3.7% 성장하여 2016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그림 1). 북한의 2년 연속 플러스 성장으로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제 제재와 국경 폐쇄로 인한 하락세를 반전시켰습니다.
그림 1. 2024년 북한 경제는 8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3.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한국은행
북한의 경제 발전 추정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북한은 1960년대 이후 정기적인 국민 계정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고, 1980년대 초반 이후에는 예산 정보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은 한국 통일부 자료뿐만 아니라 정보기관과 대외무역기관 등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치를 산출하고 있습니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추정치가 너무 낙관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극도의 비밀주의를 유지하는 한 대안이 거의 없습니다.
국내 프로젝트와 러시아와의 협력 및 무역 증가가 북한의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 은행은 2024 년 북한의 GDP 증가에 대해 "국내적으로 국가 정책 프로젝트 강화의 영향을받은 제조업, 건설업 및 광업의 상당한 증가"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2024년 1월, 김정은은 평양과 다른 지역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 개발 20×10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이 계획은 향후 10년간 매년 20개 시와 군에 '현대화된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한 정부는 20×10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습니다. 북부에는 약 200개의 도시와 카운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이니셔티브는 향후 10년간 지역 경제의 포괄적인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2024년 GDP 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한 제조업과 건설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그림 2). 그러나 정부가 군사 및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적 여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림 2. 2024년 북한의 성장은 주로 제조업과 건설업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참고: 유틸리티에는 전기, 가스, 상수도가 포함됩니다. 1차 산업에는 농업, 임업, 어업이 포함됩니다. | 출처: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성장률 상승에 기여한 외부 요인으로 '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 협력 확대'도 꼽았다. 양국은 2024년 6월 조약을 통해 상호 군사 원조를 약속하고 군사적 유대를 강화했다.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 북한의 금속 제품 생산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중화학공업 부문 생산이 10.7% 증가해 1991년 한국은행이 북한 GDP를 추정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남북한의 1인당 소득 격차는 여전히 큽니다.
2024년 남한의 성장률은 2.0%로 북한에 대한 한국은행의 추정치보다 뒤처졌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총소득(GNI)의 격차는 소폭 좁혀졌지만 남한의 GNI는 북한보다 58.4배 높았습니다(표 1). 남한의 인구가 북한의 2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GNI는 2016년의 22배에서 약 29배로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4년 국제 무역의 격차는 더욱 커져 남한의 수출과 수입을 합하면 북한보다 500배 가까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2년에 두 배로 증가하고 2024년에 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수출은 총 0.36억 달러에 불과해 북한의 경제 전략과 무역의 어려움을 반영합니다. 주요 수출 증가 품목은 모자, 가발, 광석, 슬래그, 재와 같은 품목이었습니다. 2024 년 북한의 수입은 감소했지만 무역 적자는 여전히 상당하여 이러한 큰 불균형을 어떻게 충당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남북한 간 교역이 없었습니다.
한국은행의 추계에 따르면 남북한의 산업 구조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그림 3). 첫째, 1차 산업(농림어업)이 북한 GDP의 20% 이상을 차지한 반면 남한은 1.6%에 불과했습니다. 둘째, 광업은 북한에서 GDP의 10%를 차지하는 중요한 부문인 반면, 남한에서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셋째, 중화학공업 제조업이 남한 GDP의 24%를 차지해 경공업 비중이 남한보다 높은 북한보다 10%포인트 더 높았다. 넷째, 북한의 건설업 비중은 11.6%로 남한의 두 배에 달합니다. 다섯째, 북쪽의 GDP에서 정부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남쪽의 약 두 배입니다. 그러나 남한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타 서비스는 북한에서 그 역할이 미미합니다.
표 1. 2024년 남북한 비교
그림 3. 남북한의 산업 구조는 상당히 다릅니다.
참고: 유틸리티에는 전기, 가스, 상수도가 포함됩니다. 1차 산업에는 농업, 임업, 어업이 포함됩니다. 중화학공업은 중공업과 화학공업을 의미합니다. 기타 서비스는 (i)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 서비스, (ii) 운수 및 통신, (iii) 금융, 보험 및 부동산을 의미합니다. | 출처: 한국은행
결론
남북한 간의 막대한 소득 격차로 인해 북한은 통일 시 남한에 막대한 재정적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우발채무라는 우려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경제 협력이 중단된 상황에서 통일의 전망은 요원해 보입니다. 2023년 12월, 김정은은 남북 관계가 적대적 전쟁 상태에 돌입했다고 선언했습니다. 2024년 1월에는 남한을 북한의 '주적'으로 지정하고 북한 헌법에서 평화 통일을 촉진하는 문구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통일과 남북 관광을 전담하는 국가 기관이 폐쇄되었습니다.
북한의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빠른 성장을 위한 경제 개혁이 여전히 필수적입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북한 인구의 40%인 1,070만 명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성장이 플러스로 전환되었지만 기아와 식량 불안을 줄이고 지역 개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북한 원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은 식량 불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무렵 약 8,000원에 불과했던 북한 원화는 2025년 8월 달러당 40,000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화가치 하락은 생필품 가격의 대폭적인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추산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각각 1㎏당 4,000원과 2,000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쌀과 옥수수 가격은 현재 1㎏당 20,000원과 6,000원으로 급등했습니다. 북한의 높은 수준의 군사비 지출을 줄이면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추진이 용이해질 것입니다.
랜달 존스 한미경제연구소 석좌연구원입니다. 이 글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북한 관영 매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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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일연구원, “북한인권 증진과 남북 인도주의 협력의 새로운 모색” 제15회 샤이오북한인권포럼 개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 증진과 남북 인도주의 협력의 새로운 모색” 제15회 샤이오북한인권포럼 개최
1.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2025년 9월 10일(수), 13:30~17:00 통일연구원 PPS홀(서울지방조달청 별관3층)에서 “북한인권 증진과 남북 인도주의 협력의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제15회 샤이오북한인권포럼을 개최한다.
2. ‘샤이오’는 ‘세계인권선언(1948.12.10.)’이 채택된 프랑스 파리의 샤이오 궁(Palais de Chaillot)을 의미하며, 샤이오 궁이 세계인권보호의 초석이 되었듯 통일연구원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 위하여 2011년부터 샤이오북한인권포럼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3. 제15회 샤이오북한인권포럼에서는 북한인권 문제와 남북 인도주의 협력에 대한 성찰과 평가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자 한다.
4. 본 포럼은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의 개회사와 김남중 통일부 차관,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소장의 축사로 시작하여 2개의 회의가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운영된다.
- 김 원장은 개회사에서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선교사들을 조속히 석방하기 바라며 북한으로 가고자 하는 비전향장기수의 송환도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다. 또한 정부는 공개적으로 송환 결정을 통보하고 북한은 지체 없이 이들을 받아들여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종신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 1회의는 “북한인권의 포괄적 접근과 인도적 사안 추진 방향”이라는 주제로 김수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되며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 유영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승주 전환기정의워킹그룹 프로파일러, 김헌준 고려대학교 교수, 현인애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 대표가 패널로 참여한다.
- 2회의는 “대북 인도적 지원 및 개발 협력 추진 방향”이라는 주제로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며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홍지영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이주성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이 패널로 참여한다.
5. 본 포럼은 언론인을 대상으로 공개되며, 참가 등록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가능하다.
- 참석등록 링크: https://forms.gle/fs47gqtXQCTcd3q28 (9/9 17:00까지)
6. 통일연구원은 앞으로도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의견 교환을 통해 북한인권 증진과 남북 인도주의 협력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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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북한의 드론 전력 강화와 러시아 협력의 전략적 의미
오늘날 드론은 전장에서 전략적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저비용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인항공기는 제한된 자원으로도 비대칭 전력을 확보하고 현대전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드론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 군사 교리에 신속히 통합하는 한편, 자폭형·정찰형 드론 개발과 AI 기반 기술 도입을 통해 전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과 생산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여 게란·가르피야 계열 드론 생산 능력과 관련 기술을 이전받고, 생산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독자 개발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이러한 북러 협력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환경에 다층적 영향을 미친다. 첫째, 북한은 비대칭 전력 증강과 방공망 압박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둘째, 북러 군사협력 확대는 지역 군사 균형을 흔들고, 한국·미국의 방공·미사일 체계 재검토와 안보 협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드론 기술·생산 역량 확보는 북한 군수산업 활성화와 외화 수입 확대를 가능하게 해, 경제적 자립과 군사력 강화를 악순환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나아가 북한은 드론을 단순 공격용 무기뿐 아니라 정찰, 전자전, 심리전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기존 억지 구조를 약화시키고 위기관리 비용을 높이는 새로운 안보 도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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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외교 : 주요 쟁점별 평가 및 전망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외교가 막을 내렸다. 북한은 러우 전쟁 발발 이후 북러 밀착 과정에서 3년 반 동안 소원한 것으로 평가되었던 북중관계를 드라마틱하게 복원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정은-푸틴 간 정상회담 에서도 양국 관계를 ‘특수한 신뢰관계, 우호관계, 동맹관계’ 등으로 부르며 양자 관계의 확대 발전을 평가했다. 북한은 이번 전승절 외교의 최대 목표를 대중관계 복원을 통한 경협 확보에 맞추어 놓았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러시아보다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상대로 무역 불균형 해소 약속을 얻어내 외화 획득 증대를 원했으나 북한의 요구에 중국이 기대 만큼 호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도 발견된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객관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은 현 단계에서 핵보유국 인정 불가,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불가, 군사도발 자제 등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중정상회담 결과 발표에서 ‘비핵화’ 언급을 배제한 것은 우리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김주애 띄우기’는 치밀한 계산과 중국과의 사전협의 속에서 이뤄졌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북한은 러우전쟁 전사자와 부상자로 인해 불안해진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의 국제적 지위 상승이라는 전승절 이벤트의 성과를 내부 선전의 소재로 활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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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참석 의도와 파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그동안 다자 무대 참석을 꺼려왔던 김정은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국제사회 다자 무대에 참석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8월 20일 김여정이 “우리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역 외교 무대”를 언급한 만큼 이번 김정은의 방중이 북한 대외정책 변화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지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김정은이 이번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중러 연대를 통해 북미협상을 대비하고 미국과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냉각된 북중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북중정상회담을 가졌었다. 그동안 다자무대 등장을 꺼려왔던 김정은이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트럼프와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지지 확보를 위해 북중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이 이번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기회로 향후 북한의 대외 관계에서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균형을 모색하고 중국과 경제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북한판 ‘안러경중’ 전략을 구사할지, 둘째, 중국의 북러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북방 삼각 복원과 북중러 간 전략적 소통·협력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날지, 셋째, 김정은의 다자 무대 첫 등장이 향후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다자기구나 다자회담 참여로 이어질지이다. 중국은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북중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그동안 소원하다고 평가받았던 북중관계를 복원하고 북러관계 밀착을 견제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김정은을 다자 무대에 등장시켜 북한에 대한 영향력과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현시해서 중국의 책임있는 강국 이미지 구축의 기회로도 삼을 것이다. 또한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한과 직접 논의해서 북핵을 활용한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도 저지하려고 할 것이다. 러시아는 김정은의 기념행사 참석을 북러관계 밀착을 지속하는 기회로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과 러시아가 정례적으로 연 1회 정상회담을 개최해왔는데, 올해는 아직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약식으로라도 북러 정상회담을 가지며 북러 밀착을 지속하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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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국에서 러시아로 쏠리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해외 노동자 수용 구조 비교
러시아로 쏠림 가속화 속 높아진 북한 위상
러시아의 노동시장 구조와 북한 노동력에 대한 중장기적 수요 전망
북한 노동자 파견의 새로운 축: 러시아의 부상이 북한 경제 및 남북 관계에 미치는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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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보고서한·일 국교정상화 60년과 미래비전 2050
한국과 일본은 1965년 6월에 한·일 기본조약을 체결하며 국교정상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2025년 올해에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의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그리고 일본 관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및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역사를 둘러싼 양국 사회의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다른 영역의 교류와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에 보다 집중했다. ‘미래지향적 관계’는 양국이 역사 문제에 함몰되어 양국 간 다양한 협력 과제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뛰어넘자는 담론으로서의 용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본 연구는 양국 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 변화를 고려하는 가운데, 2050년이라는 장기적인 관점과 각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한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먼저 제2장에서는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비전 2050’을 제시했다. 향후 한·일 양국은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규칙 기반 질서를 수호하는 공동 책임국의 위상을 확립하고 지역다자주의 안보 질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중 전략경쟁에서 보다 능동적인 질서 설계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전쟁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동아시아 내 위기를 막기 위해 조기경보체계 구축, 작전정보기술상의 협력, 국민인식 조율을 위한 공공외교 확대, 그리고 한·미·일 삼각 협력을 통해 미국의 지속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추동해야 한다.
향후 북한이 국제사회에 복귀하고 경제발전에 대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될 때, 북한의 개혁개방을 적극적으로 견인할 방법론이 한국의 중장기 구상 속에서 명확히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성공적으로 국제사회에 복귀하고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북한의 미래 경제발전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조율된 관여가 한․일 모두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양국 사이에 협력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의 개혁개방과 인프라 투자를 위해 동북아개발은행을 출범시키고, 이를 통해 국가 행위자들의 개별적 관여를 관리하는 제도적 틀로 만들어 가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서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성과 그 구체적 비전도 제시했다. 양국은 천연가스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고자 공동 구매 및 비축 시스템 구축,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공동 대응 등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원자력 분야에서는 핵연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농축우라늄 확보 협력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추진전략으로 △ 정부 간 고위급 정례 협의체 신설, △ 민간기업 간 공동 투자 및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 차세대 인재 양성과 교류 확대, △ ASEAN+3, APEC 등 지역 및 글로벌 협력과의 연계 등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제3장에서는 첨단기술과 경제 분야에 대한 한·일 양국 사이의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본 연구는 한·일의 중장기 국가전략, 임무지향형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비교·분석하여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한·일 협력의 유망 분야로 도출했다. 그리고 2050년을 목표로 한·일 휴머노이드 로봇 협력을 3단계로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크게 기술 협력과 시장·응용 협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50년을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통합적 휴머노이드 로봇 협력은 양국이 직면한 사회문제 해결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ASEAN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혁신 모델로서 한․일 관계의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서 한·일 양국은 우선 공급망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양국은 에너지, 식량, 광물 등 각종 원자재의 해외의존도가 높은바 공급망의 취약성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또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가지면서 경제적 발전단계가 유사하고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한·일의 공급망 협력을 위해 먼저 정부 차원에서 경제안보·산업 협력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양국의 경제안보·산업 협력을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통상협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금융 분야의 한·일 협력과 관련해서는 통화스와프 및 제3국(지역)과의 금융 협력 등을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한·일 양국은 외환위기 이후 부각된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에 대한 지속적인 공감대를 토대로, 2026년 3월 만료 예정인 한·일 통화스와프의 연장 또는 재협상을 추진하는 한편, 그 규모 또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향후 원-엔 기반 통화스와프 체결 시 이를 무역결제자금으로 활용하는 등 통화스와프 활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경제 분야의 구체적인 장기 협력사업으로서 수소, 암모니아를 중심으로 한 그린경제 협력을 살펴봤다. 한·일 양국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미래비전을 공유함으로써 향후 중장기 그린경제 협력의 토대를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 현재 탄소중립-녹색전환(GX) 프레임워크와 관련하여 한·일 정부 차원에서 협력 논의가 오가는 분야는 수소·암모니아가 유일한데, 본 연구에서는 한·일 정부가 수소사회 실현을 앞두고 양국이 직면한 공통과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현실적인’ 협력 의제를 추진할 것을 제언한다.
블루(해양)경제 또한 한·일 양국 사이의 장기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으로 분석된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반도국가와 도서국가로, 해상물류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전략 해양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해양경제를 국가 정책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첫째, 석유·가스·희토류 등 해저자원의 공동 개발과 해상풍력 확대 등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협력의 여지가 크다. 둘째, 스마트 항만, 자율운항선박, 해상통신 등 디지털 해양경제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과 항만 자동화 시스템 간 호환성 확보, 스마트 항만 네트워크 구축 등에서도 구체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블루(해양)경제에서의 협력과 관련해서 중요한 현안이자 장기적 협력사업으로서 대륙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은 ‘2050년’이라는 장기적 관점과 한·일 관계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곧 협정 기한이 도래하는 「한·일 대륙붕협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한다. 중국 측의 지속적인 관할권 주장과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이 구역을 한·일·중 3국 사이의 새로운 협력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장기적 비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국제질서를 감안하여 미국도 함께 참여하는 ‘한·일·중+미국’의 확장 버전도 가능할 것이다. 한·일 공동개발구역(JDZ)이 경쟁의 공간이 아닌 협력의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경제 분야의 장기적 협력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소다자 협력을 분석했다.
한·일 양국은 경제구조의 유사성과 생산 네트워크의 상호의존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정치적 이슈로 인해 양자 경제 협력의 제도화가 제한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RCEP, IPEF와 같은 다자 플랫폼 내에서의 소다자 협력(minilateral cooperation)은 양국이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유의미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국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고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소다자 협력이 가능한 기존의 협정을 잘 활용하고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 첫째, RCEP의 활성화와 고도화를 통한 한·일–ASEAN 삼자 협력 강화와 더 나아가 동아시아 차원의 지역협력 심화, △ 둘째, 소다자 협력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 공동 비전 수립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전략으로서 △ RCEP 내 원산지 규정, 탄소감축 등 이슈별 실질 협력과 규범 개선 논의 주도, △ 디지털 분야 공동 시범사업 및 기술규범 논의 선도, △ ASEAN 국가에 대한 디지털 역량 강화 협력사업 등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서는 사회 영역에서의 한·일 미래비전을 도출한다. 한국과 일본은 압축적 근대화의 결과로 초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라는 유사한 인구구조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그로 인한 지방소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방소멸은 단순한 인구감소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로, 도쿄·서울 등 대도시권으로의 젊은 인구 집중이 그 원인이다. 지방소멸과 관련하여 2050년 대비책은 단순한 출산율 제고정책보다 지방소멸에 대한 사회 전반의 구조적 대응이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인구위기에 따른 지방소멸의 유사한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정책 교류, 청년정책 및 스타트업 협력, 디지털 기술 기반 지역 활성화, 문화·관광 연계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방소멸 문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
본 연구는 2050년이라는 장기 비전을 도출하는 데 있어 특히 한·일 양국의 청년층에 주목했다. 청년층이야말로 미래의 한·일 관계를 이끌어갈 주역이기 때문이다. 문화와 여행, SNS를 통한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최근 한·일 젊은 세대의 심리적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하지만 양국 청년세대 간 교류에는 비대칭성이 존재하기도 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일 상호 방문자 중 3분의 2가 한국인이었고, 유학생, 장학생, 청년 교류 프로그램 등에서도 한국인의 일본 방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런 비대칭성은 상호이해 증진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비대칭성을 해소하며, 중장기적이고 효용성 높은 교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주는 역사 문제나 영토 분쟁 등에 대해서 양국 언론은 사실 기반과 균형 있는 정보 제공, 그리고 맥락 중심의 심층 보도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일 관계를 자극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왜곡된 애국주의와 편협한 민족주의에 편승해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보도 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언론사 및 언론인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자체 노력의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에도 기대만큼 성과가 크지 않았다. 그런 만큼 자체적인 노력은 지속하되, 가칭 ‘한·일 언론보도 모니터링 위원회’ 설치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양국 청년 언론인 간 교류와 상호이해를 확대하기 위해서 양국 주요대학에 가칭 ‘한·일 미래 저널리즘’ 커리큘럼을 공동 개설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본 연구는 한·일 간 문화 협력 강화를 위해 문화콘텐츠산업 분야에서 세 가지의 협력 확대 방안을 제안한다. △ 첫째, 양국 정부는 자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고, △ 둘째, 양국 콘텐츠의 해외 불법유통 대책 마련을 위해 공조할 필요가 있으며, △ 셋째,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2025년 한·일 관계는 몇 가지 의미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했다. 우선 당 해는 국교정상화 60년을 맞이하여 과거 60년을 성찰하고 미래 60년을 모색하는 중요한 해이다. 그야말로 한·일 신시대의 원년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양국은 ‘트럼프 2.0’을 맞이하여 거센 관세 압박과 동맹 분담 압력으로 한·일 관계의 장기 비전 모색에 힘을 쏟을 여유가 없다.
다행인 것은 민간 차원에서는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 국민의 상호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긍정적이다. 또한 양국 경제는 분리하기 어려울 만큼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양국은 ‘윈-윈’ 협력을 이룰 수 있는 이상적 관계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발 보호주의 관세 태풍을 맞이하여 양국은 개방과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할 공통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래비전, 즉 미래세대를 위한 협력 비전은 더 이상 양자관계의 개선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안녕과 번영, 복지를 위한 상호협력 과제 제시와 추진에 있다고 하겠다. 2025년 상반기는 미국 변수에 따른 대외 압력, 그리고 한·일 양국의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교차하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그만큼 미래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기여와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