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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50대가 젊은 이유

  • 보도일2024.04.22.
  • 구분주요언론사
  • 매체자유아시아방송(한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북한에서 부르던 이 노래가 생각이 나는 요즘입니다. 봄을 맞이한 한국의 하늘은 마냥 푸르고 들판의 여기저기 꽃들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오늘은 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쉬는 남편이랑 가까이 사는 탈북민 언니랑 함께 바람 쐬러 유채꽃이 활짝 핀 낙동강 둔치로 나갔습니다. 유채꽃은 지난해 가을에 심어서 싹이 터 올라왔다가 겨울을 나서 다음해 이른 봄에 겨울 초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서 들판을 노란 꽃 축제장으로 만드는 꽃이랍니다. 꽃밭 중간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길을 내서여기저기 사람들이 와서 꽃속에 얼굴을 파묻고 예쁘게 사진들을 찍습니다. 꽃밭 주변에는 커피며, 빵과 찰옥수수와 호두과자 등을 파는 차량점포들이 가득하네요. 그리고 한참을 걸어가니 추억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스께끼를 파는 상인의 목소리를 들으니 북한에서 우리가 살던 회령 장마당에서 듣던 소리 같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스크림 천원! 하길래 함께 꽃구경을 갔던 언니하고 둘이서 상인 옆에서 한참을 따라 소리를 내주면서 “아이스께끼라고 해야죠.” 하니 재미로 “아이스께끼 천원” 하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옛 추억이 섞인 목소리여서인지 더 많이 사주는 듯합니다. 한참을 실없이 장난도 치고 또 커피도 사먹으면서 지인들을 만나서 우리도 유채꽃 밭에서 예쁜 사진들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지인들 중에서 늘 나의 오라버니를 자청하시는 분께서 맛있는 것을 사주신다고 해서 부산의 다대포라는 곳으로 갔지요. 부산의 다대포에는 부산 사람들만의 특유의 설화가 있는데 솔직히 탈북민 우리는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북한에서 간첩이 머구리를 입고 와서 해변에 올라왔는데 간판 이름이 다대포여서 이크, 여기는 다 대포가 있군 해서 놀라서 다른 곳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총알택시가 있더라죠. 그래서 여기는 택시도 총알인가 해서 간첩활동을 포기했다고 우스개로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북한사람을 바보로 취급하는가 해서 기분이 살짝 언짢았던 적도 있었답니다. 오늘 모인 지인들은 신기하게 남자들은 한국 출신인데 여자들은 6.25때 흥남부두를 통해서 피난을 온 실향민 자녀들 입니다. 이제는 70의 연세가 되신 분들을 우리는 언니라고 부릅니다. 나이 뻘로 보면 이모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지만 한국은 나이가 들었다고 배를 내밀기보다는 젊은 친구들에게 오빠 또는 언니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은 언니가 친구들까지 데리고 와서 우리는 맛있는 회를 먹고 간만에 회포를 나누자고 해서 노래방까지 다녀왔네요. 70이 되신 분들이 어깨 견장을 다 떼고 50이 갓 지난 우리와 함께 노래방에서 신나게 어깨 흔들면서 춤도 추시고 새로 나온 노래도 곧잘 부르십니다. 북한에서 살 때 우리는 노래방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세번의 강제북송을 겪으면서 고향에 가보니 회령 시내에도 노래방, 가라오케 등이 생겨난 것을 보고 놀랐었는데 지금은 그런 곳이 더 많이 생겨났겠구나 싶기도 하더라구요. 환갑의 나이를 훨씬 지난 언니들이 지치지도 않은 모습으로 장장 세 시간을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나오니 젊은 우리도 기진맥진합니다. 그래도 아쉬워하는 언니들에게 다음 시간을 약속하고 나왔지요. 70이 되신 언니가 이야기합니다. 자기도 어렸을 때에는 이런 생활, 이런 문화를 모르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자식을 다 키우고 이렇게 꽃구경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또 신나게 노래도 부르니 지금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한국도 여자들이 아무 걱정이 없이 즐기면서 살 수 있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보고 “태희, 너는 축복을 받은 거야,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는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큰 축복이고 이것이 축복인 줄 알고 감사하고 살아야 돼. 나는 매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그리고 이 행복한 생활을 하다가 오늘 죽어도 아쉬운 것이 없어.” 하는데 어쩌면 내가 하는 생각과 똑 같아서 놀랍고 감사했습니다. 또 언니가 이야기합니다. 나이 70을 살아오면서 늘 삶이 힘들다고 짜증내기보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밝은 얼굴로 살아가다 보면 삶 자체가, 밝은 미래가 열리더라고요. 옛날로 말하면 나이 70을 고령이라고 하겠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70세 언니 그리고 오라버니와 시간을 가진 우리 50대들은 크나큰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순간순간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끼고 산다면 70의 나이도 젊음으로 살아갈 수 있구나 그리고 나이가 들었다고 체면을 차리기보다는 함께 즐기면서 살아가면 세대의 차이는 극복하지 못할 어려운 문제가 아니구나 하고 말이죠. 오라버니를 비롯한 70대 언니들을 만나면서 50살을 살았다고 많이 살았구나가 아닌 앞으로 행복하게 즐겁게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이 남았구나 생각하고 늘 밝고 명랑하게 그리고 감사함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겠다는 생각한 하루였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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